'전기요금 잇단 인상ㆍ개소세 인하 종료' 내수 찬물 우려
정부가 올해 우리 경제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나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에 자신하고 있다.
여기에는 반도체 및 대(對)중국 수출 감소폭 완화와 물가 상승률 둔화 지속, 견조한 고용 흐름 등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반등의 핵심인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고, 여름철 전기요금 인상 부담과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연장 종료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 등 경기 불확실성 요인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 12월 2022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제시한 우리 경제의 상저하고 전망을 현재까지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추 부총리는 8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게 국내외 유수 전문기관의 지배적인 전망”이라며 “무역수지는 4분기로 갈수록 흑자를 기록하고, 반도체도 3~4분기를 지나면서 살아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부가 상저하고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한국개발연구원(KDI)와 한국은행의 올해 하반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KDI는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0.9%, 2.1%를, 한은은 0.8%, 1.8%를 각각 제시했다.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높다고 예측한 것이다
이와 함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감소폭이 축소된 점도 하반기 수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보다 36.2% 줄었지만 전달 감소율(-41.0%)보다는 완화됐다. 대중국 수출은 100억 달러대를 회복했고, 휴무일을 뺀 월중 조업일수를 기준으로 한 일평균 수출액(4억9000만 달러)은 작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정부는 하반기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및 글로벌 IT 업황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전년대비)이 3.3%로 내려가 2021년 10월(3.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 둔화가 소비심리를 개선시키고 있고, 27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세 지속 등 견고한 고용 흐름도 경기 반등의 요인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하반기엔 우리 경제가 저점을 찍고 반등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다.
우선 우리 경제가 많이 의존하는 중국 경제 성장 약화 우려를 꼽을 수 있다. 연초에 다수 국제기구, 투자은행(IB) 등이 '리오프닝'으로 올해 중국 경제가 6%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최근에는 기대치가 하향하고 있다. UBS는 이달 중순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5.7%에서 5.2%로, 노무라홀딩스도 5.9%에서 5.4%로 내렸다. 소비 개선 미흡, 부동산 및 기업 투자 저조 등이 하향 조정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올해 중국 경제 회복이 지연될 경우 우리나라 성장률이 1.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작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어져온 잇단 전기요금 인상도 내수 경기 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누적 인상분이 무더위가 예상되는 올여름 냉방비 폭탄을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이는 서민 전반의 생계비 부담을 키워 소비 위축을 불러 올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세수 부족 등을 고려해 자동차 개소세 인하를 5년 만에 종료한 점도 경기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동안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을 위해 개소세 인하 연장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8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중단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2023년 한국경제 수정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기는 내수 회복 모멘텀의 상실 우려가 커지면서 하반기에도 침체가 지속되는 '상저하저'의 경착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고려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2%로 대폭 낮췄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하반기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추경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