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집회 규제 법안 발의…관건은 헌법재판소 판결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공공 질서에 위협을 끼치는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야간 집회를 제한하고 소음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집회·시위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은 19일 집회나 시위현장에서 관할경찰관의 허가 없이 확성기 등을 사용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집회 시위 전 확성기의 사용 여부에 대해 관할경찰서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집회를 주최한 사람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 질서유지인에게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 참가자에게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할 수 있다. 이는 현행법보다 소음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1시간에 3차례 이상 최고 소음이 95데시벨(dB)을 넘길 때와 10분간 평균 75dB을 넘기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
같은당 권영세 의원도 지난해 12월 집회의 소음 규제 기준을 현행에서 5~10dB가량 강화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확성기 등의 소음 기준을 대상 지역과 시간대별로 세분화해 제시했다. 가령 주거지역과 학교, 종합병원 주변 지역에선 주간 60∼80㏈ 이하, 야간 50∼70㏈ 이하로 제한하는 식이다. 당정도 지난달 당정협의에서 권영세 의원안을 중심으로 소음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 추진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에서는 집회 소음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집회 신고와 소음허가를 별도로 구분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 '연방환경오염보호법'에 따라 공업·상업·도시 등 7개 지역으로 세분화하여 소음 허용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집회소음과 배경소음을 각각 측정해 그 차이가 3~5dB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돼왔던 야간 집회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되고 있다. 경찰은 9일 비정규직 노동단체의 대법원 앞 야간문화제를 강제 해산했으며, 지난달 25일에도 대법원 앞에서 열린 야간문화제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집회 참가자들을 강제 해산한 바 있다.
12일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오전 7시부터 같은 날 오후 11시까지만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옥외집회와 시위 금지 시간을 해가 뜨기 전과 해가 진 후로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앞서 당정은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발의한 오전 0시∼오전 6시 집회·시위 금지 법안을 중심으로 법안 처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야간 집회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향후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 불합치 또는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가 진 후의 옥외집회를 모두 제한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기 때문에 법을 개정해 옥외집회 금지가 필요한 심야 시간대를 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날 경우 관련법 개정이 이뤄져야 했지만, 이후 국회에서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법률의 효력은 사라졌다. 헌재는 2014년 같은 조항에 대해 '한정 위헌'을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야간 집회 허용 범위는 '자정'까지로 임의 설정됐다. 이 당시에도 국회는 보완 입법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지금은 원칙적으로 자정까지 야간 집회가 허용되고 있다.
한편, 정부도 야간 집회 제재를 규정하고, 집회 소음 기준을 강화한 내용의 개정안을 다음 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13일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 방안에 대한 국민참여토론을 시작했다. 대통령실은 내달 3일까지 3주간 토론을 거친 뒤 권고안을 도출해 관계 부처에 전달할 계획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도 최근 '공공질서 확립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집시법 개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