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보이콧 '실손보험청구간소화' 힘 실리나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금융감독원, 건강보험공단 등을 대상으로 실손보험 전방위 감사에 착수했다. 보험사에 청구하는 비급여 코드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코드가 일치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감사로 백내장, 도수치료 등 실손보험 비급여 항목 표준화가 추진돼 의료단체에 가로막힌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금감원을 통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진료내용 및 보험금 지급 현황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금감원은 이달 초까지 전 보험사에 2019~2022년 실손보험 진료내용 및 지급현황 진단명 진료비 청구와 지급 규모 등을 전수조사했다.
구체적으로 보험금 청구시 질병명 및 질병코드 입력여부와 입력 방식, 진료기록부에 존재하는 질병코드와 일치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다. 또한 보험금 청구서류 표준화에 대한 각사별 의견도 청취했다. 협회 주도로 표준화가 필요한지, 각사 자율판단이 적절한지 등에 대한 업계 입장도 들었다.
감사원은 해당 자료를 건보공단과 심평원에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각 사별로 취합된 로우데이터는 보험개발원에 넘겨져 데이터 가공을 통해 감사원에 전달될 예정이다.
감사원이 실손보험에 대해 전방위 감사에 나선 것은 실손보험 누수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실손보험금 지급 규모와 건강보험금 금액의 불일치 규모를 비교하고, 보험사에 청구하는 비급여 코드와 심평원에 청구하는 비급여 코드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해 원인을 규명하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구자료를 보면 실손보험에서 이중수령, 허위청구 여부 등을 보려는 목적으로 볼 수 있다”며 “실손보험 비급여 표준화를 통한 실손보험 누수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실손보험 비급여 표준화를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또한 비급여를 통제할 수 있는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에 명분을 더해주기도 한다. 실손보험청구 간소화 법안의 골자는 보험사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전면 전산화하고, 계약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으로부터 관련 서류를 전송받도록 하는 것이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의사단체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의약계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 통과 시 전송 거부 운동 등 보이콧과 위헌소송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실손보험 가입자 진료 자료를 넘겨주지 않으면 실손보험 청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돼도 사실상 ‘반쪽짜리’로 전락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실손보험 적자는 비급여 과잉진료와 보험사기 등으로 인한 보험금 누수로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 대비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하는 손해율은 매년 130%대를 기록 중이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로 1000원을 받아 130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