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하도급·파견법 위반 관련 현장조사에 대비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20일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현대중공업 임직원 A 씨 등 3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현대중공업의 주된 관심사는 검찰 수사가 아닌 공정위 조사 대비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에게 증거인멸의 고의가 명백히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증거인멸이 검찰이 아닌 공정위 조사를 대비한 행위였기 때문에 형법상 증거인멸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앞서 검찰은 "이들은 차례로 공모해 형사사건인 현대중공업 하도급·파견법 위반 사건에서 증거를 인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A 씨의 지시에 따라 업무용 PC에 있는 법 위반 관련 자료를 삭제하고, 중요한 자료는 외장하드 등에 별도로 보관했다"며 "VDI(데스크톱 가상화)의 계정을 초기화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2014~2018년 사내 하도급업체 200여 곳에 4만8000여 건에 달하는 작업을 위탁하면서 하도급 대금을 깎고 계약서를 지연 발급했다며 과징금 208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2018년 10월 현장조사 직전 PC와 하드디스크를 대거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측과 소속 임직원에게는 각각 1억 원, 2500만 원의 과태료만 부과됐다. 이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현대중공업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 시도에도 공정위는 과태료 처분에 그쳤다며 2020년 6월 말 고발장을 냈고 검찰이 조사에 착수해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