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여건이 국제적으로 최하위권이란 지적이 나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어제 ‘2023년 국가경쟁력 종합평가’에서 이런 지적과 함께 한국이 조사대상 64개국 가운데 28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한 계단 떨어져 2019년으로 회귀한 결과다. IMD는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대 분야의 세부항목을 따져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한다.
국내외의 한국 경제 평가는 대체로 박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의 1.8%보다 대폭 낮춘 1.2%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세계 경제의 올해 전망치를 2.7%로 종전보다 0.1%포인트 올려 잡으면서도 한국에 대해선 1.5%로 0.1%포인트 내려 잡았다. 이런 추세 속에서 나온 IMD 평가는 한국이 제자리를 맴돈다는 인상을 준다. 선방이란 평가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국가 경제와 일자리를 흔드는 근원적인 위험요인들이 줄줄이 발견된다. 정부 효율성 부문의 점검 항목들부터 대체로 다 그렇다.
한국의 정부 효율성은 평가 대상 64개국 중 38위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도보다 두 단계 후퇴했다. 문제는 세밀히 살펴볼수록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그 무엇보다 하위 부문인 기업여건이 48위에서 53위로 더 떨어졌다. 그러지 않아도 한심한 수준이었는데 이제 세계 최하위권으로 밀려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기업과 더불어 세계로 진출해 잘사는 오늘을 일궈낸 국가다. 바로 그 핵심 고리에서 적신호가 켜졌다. 예삿일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데 경쟁국은 3년, 우리는 8년이 걸린다”고 했다. 반향이 큰 지적이지만, 문제를 바로잡는 실행이 뒤따르지 않으면 허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 발언 이후 대체 무엇이 전향적으로 바뀌었고 무엇이 그대로인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IMD는 기업여건의 하위 설문에서 ‘보조금의 경쟁 저해 정도’(45위), ‘외국인 투자자 인센티브 매력도’(40위)가 밑바닥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따끔한 경고다. 두 항목은 전년에 비해 각각 10단계와 12단계 내려앉았다. 역시 정부 효율성의 하위 부문 중 조세정책은 26위로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세부 항목인 환율 안정성은 3위에서 45위로 곤두박질쳤고 관료주의는 57위에서 60위로 더 떨어졌다. 온통 지뢰밭인 것이다.
재정 문제 또한 정부 효율성을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다. 재정 순위는 32위에서 40위로 뒷걸음질 쳤다. 더 큰 걱정은 거대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재정준칙 입법화에 속도를 내기는커녕 딴전만 부리는 현실이다. 이 또한 예삿일이 아니다. 결국 국민이 몽둥이를 드는 수밖에 없다. 국민마저 외면하면 기업이 마음껏 뛰면서 국부를 키우는 날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라 곳간이 허물어지는 것도 단지 시간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