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서 사우디와 차별점 보편가치 강조…국빈 준하는 대접 받으며 긍정신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프레젠테이션(PT) 마지막 연사로 나서 외친 말이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이 사실상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경쟁 양상을 띠고 있는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가치 공유로 인해 일찌감치 사우디를 지지했던 일부 국가들이 흔들리고 있는 점을 노린 전략으로 읽힌다. 대표적인 국가가 BIE 총회 현장인 프랑스다. 윤 대통령은 BIE 총회 참석에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벌여 지지를 호소키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부산 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는 BIE가 표방해온 혁신과 협력의 정신을 이어받아 글로벌 기업 간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교류의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며 “마크롱 대통령님과 프랑스 국민 여러분의 관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프랑스가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이라는 점에 호소하는 것이다. 순방 전 용산 대통령실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가치에 사우디가 반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 등 사우디 지지국가들이 고심하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전한 바 있다. 한국의 우방국이자 민주주의 진영에 속한 프랑스가 설득돼 마음을 돌리게 된다면 11월 투표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윤 대통령은 PT에서는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 개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미래세대를 위한 가치의 플랫폼이 되겠다. 세계의 청년들은 인류 공동체로서 함께 협력하는 걸 배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영어 연설 전 PT는 가수 싸이와 소프라노 조수미,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등장해 ‘TV쇼’와 같은 흥겨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진양교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와 에듀테크 스타트업인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도 나서 인류 공동 과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키도 했다.
거기에 프랑스 건축가인 도미니크 페로도의 지지 영상도 내세웠다.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는 프랑스를 겨냥하면서 세계가 함께 부산엑스포 개최를 염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PT의 끝은 카리나가 인류를 위한 선택에 질문을 던지며 투표하는 영상으로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미래세대를 위한 플랫폼’을 재차 강조하는 대목이다. 사우디와의 차별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PT 후 전문가 평가를 인용해 “사우디의 PT에는 휴머니티, 인간적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주 잘 써진 대본으로 PT를 했는데 마치 AI(인공지능)가 작성한 것처럼 보였다”며 “반면 한국은 강남스타일(싸이가 연설 중 보인 말춤이 나오는 곡)이 아주 효과적이었고, 기술 휴머니티의 강점을 효율적으로 부각했다고 들었다. 사우디와 대비되면서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정도의 PT”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도 분명한 긍정 신호가 나오고 있다. 앞서 국제기구 행사 참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했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갖지 않았던 것과 달리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치렀고 엘리제궁에서 만찬까지 가지며 국빈방문에 준하는 대접을 받았다는 점에서다.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정상회담 후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나라들이 고민에 빠져 있고, 또 11월 투표가 1차 투표 한 번에 끝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외교전에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함수를 놓고 사전에 교감을 갖고, 또 비공개 협의를 갖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프랑스를 떠나기 전 21일 부산엑스포 공식리셉션에도 참석해 유치 홍보전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