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공사비 상승에 공공택지도 ‘옥석가리기’…수도권 알짜 땅 ‘희비’

입력 2023-06-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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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원종지구 위치도. (사진제공=LH)

수도권 공공택지 시장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지난해처럼 공공택지 무더기 미분양 사례는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에선 유찰이 거듭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적체가 이어지는 데다 공사비 상승과 시행사의 자금 조달 어려움 등이 겹치면서 공공택지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경기 부천시 소재 부천원종 공동주택용지(B1)는 20일 분양 추첨을 진행했지만,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이곳은 지난해 12월에도 분양을 위해 1순위와 2순위 신청까지 받았지만, 입찰에 나선 건설사가 없었다.

부천원종B1이 속한 부천원종지구는 서울 강서구와 경기 고양시 등과 가까워 수도권 알짜 지구로 분류된다. 특히 이곳은 지구 내 유일한 민간분양 아파트 용지로 전용면적 60㎡형 이하 282가구 규모로 계획돼 있다. 수도권 주요 입지 내 아파트 용지라는 장점에도 건설사의 외면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주변에 조성되는 인천계양 일대 공공택지는 완판에 성공했다. LH에 따르면 19일 진행된 인천계양 공통주택용지 A4와 A7 분양에는 각각 7곳 안팎의 업체가 접수해 모두 당첨자와 예비 1·2순위 당첨까지 결정됐다. 또 지난달 분양한 구리갈매역세권 공동주택용지 B-1BL도 수분양자를 찾았다. 안성아양지구 내 공공택지 역시 한 차례 유찰 끝에 13일 분양에 성공했다.

LH 관계자는 “인천계양과 부천원종에 동시에 택지 공급이 진행되면서 건설사의 선호도에 따라 분양 결과가 엇갈린 것으로 본다”며 “올해 하반기에 부천원종 B1 재공급에 나설 것이고, 현재 택지지구별로 분양 전략을 수립 중인 만큼 현황 파악 후 전략적으로 분양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한 택지지구 개발 모습. (이투데이DB)

이렇듯 최근 공공택지는 분양에 나서더라도 입지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공공택지는 분양만 하면 ‘완판’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미분양이 늘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상황이 180도 바꼈다.

여기에 아파트 용지가 아닌 단독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상가) 용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달 8일 공급한 하남미사지구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는 총 5필지 중 4필지가 유찰됐다. 또 20일 고양장항 근린생활시설 및 업무시설용지 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든 필지가 유찰됐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조사한 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4월 150.25 수준으로 2021년 4월 128.0보다 약 17.3%(22.25포인트) 상승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시장 침체 상황은 지난해 이후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고 오히려 공사비는 더 올라 수익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예전처럼 무조건 들어가지 않고, 사업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들어가다 보니 택지마다 입찰 결과가 차이 나는 것”이라고 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공사비는 많이 올랐지만 그만큼 분양가를 올려 받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서울은 분양 경쟁률이 치솟아 회복한 것처럼 보여도 그 외 지역은 여전히 저조하고, 분양가가 높은 단지는 어김없이 미달하는 상황이므로 건설사 역시 신규 택지를 분양받아 사업을 시작할 때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공공택지 주 수요층인 중소 시행사들은 자금 흐름이 꽉 막혀 있어 택지 분양에 나서는 시행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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