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기본적으로 달리고 멈추며 회전하는 물리적 운동을 반복한다.
물리적인 운동을 위해 노면과 마찰력은 필수다. 타이어 접지 면적과 노면의 마찰 정도에 따라 차 성능도 크게 좌우된다.
이처럼 자동차의 다양한 움직임에서 핵심은 무게중심이다. 네 바퀴를 땅이 붙여서 달리는 자동차는 겉모습과 엔진 위치, 승차정원, 굴림방식, 동력원 등에 따라 무게중심도 천차만별이다.
예컨대 앞에 엔진을 얹은 전륜구동 자동차(FFㆍFront engine Front wheel drive)는 무게중심이 극단적으로 앞쪽에 쏠려있다.
거꾸로 엔진을 뒤 차축보다 뒤쪽에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RR(Rear engine Rear wheel drive) 모델은 무게중심이 한없이 뒤쪽에 쏠려있다.
물론 이런 무게중심은 차가 정지해 있을 때 상황이다. 차가 달리고 멈추며 회전하는 사이, 무게중심은 앞에서 뒤로, 또는 뒤에서 앞으로 이동한다. 회전상태에 따라 쉼 없이 좌우로 움직인다.
이런 무게중심은 때때로 차의 안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측면 충돌 때를 가정해보자. 어느 부분에 충격이 전해지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앞바퀴 또는 뒷바퀴 측면을 충돌하면 차는 그 자리에서 회전한다. 그러나 무게중심을 측면에서 정확하게 충격하면 뜻밖에 쉽게 전복되기도 한다.
앞 엔진ㆍ앞바퀴 굴림차의 경우 엔진과 운전석 사이, 즉 보닛과 앞 유리가 만나는 부분이 대부분 앞뒤 무게 중심의 축이다.
무게중심이 어디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주행특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제조사는 설계 단계부터 앞뒤 무게중심을 최대한 50:50에 가깝게 맞추기 위해 처연한 노력을 거듭한다.
앞바퀴 굴림차보다 뒷바퀴 굴림차가 앞뒤 50:50 무게 배분에 가깝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유리할 뿐, 뒷바퀴굴림 자동차도 차의 정중앙을 무게중심으로 볼 수 없다. 여전히 엔진을 얹은 앞쪽이 무겁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같은 차종이지만 엔진에 따라 주행 감각 특히 코너링이 달라진다. 예컨대 같은 NF쏘나타라도 가솔린이냐 디젤이냐에 따라 주행 감각 특히 무게중심의 이동 형태가 확연히 다르다.
터보와 인터쿨러를 시작으로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등 다양한 장비가 많이 달리는 디젤이 가솔린 엔진보다 10~15% 더 무겁기 때문이다.
엔진이 달린 차 앞쪽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무거운 배터리를 트렁크에 옮기기도 한다. 독일 고급차(특히 BMW)는 전방 좌우 팬더를 강화 플라스틱 재질(FRP)로 바꾸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앞쪽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서다.
통상 엔진과 붙어있는 변속기를 떼어내 차 뒤쪽으로 옮기는 일도 있다. 엔진과 변속기가 맞물린 일반적인 구조를 벗어난 셈이다. 엔진을 앞에 두고 여기에서 기다란 '드라이브 샤프트'로 회전력을 뽑아낸다. 이 샤프트는 뒷바퀴 차축에 맞물려 놓은 변속기에 연결한다.
스포츠 성이 다분한 쉐보레 콜벳이 이런 방식을 좋아했다. 실내공간이 큰 손해를 봤지만 콜벳은 공간보다 주행 안전성과 스포츠성에 방점을 찍었다.
때로는 이런 무게중심을 운전자가 자유롭게 이동시키면서 운전할 수 있다. 일반 주행보다 한결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어 스포츠 드라이빙 마니아들이 자주 쓴다.
코너의 정점까지 빠르게 빨려 들어간 다음, 엔진 브레이크를 강하게 걸면 차의 무게 중심은 극단적으로 앞바퀴 쪽에 쏠린다.
이때 정교하게 운전대를 조절하면 매끄럽게 코너를 빠져나올 수 있다. 앞바퀴에 무게가 쏠리면 그만큼 땅을 짓누르는 힘이 세진다. 이때 타이어의 접지력이 향상하면서 차는 머릿속에 그렸던 회전 곡선을 고스란히 따라서 돌아간다.
과속방지턱(Speed Bumper)을 넘어갈 때도 무게중심을 효율적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 방법을 알면 한결 부드럽고 빠르게 방지턱을 넘어갈 수 있다.
자동차는 요철을 지날 때 앞뒤가 교대로 출렁이는 피칭(Pitching) 현상이 발생한다. 피칭 현상이 심하면 승차감도 불쾌해진다. 또한 피칭 현상은 안전과 직결된 타이어 접지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방지턱을 넘는 방법은 크게 ①제동→②제동→③가속 등 3가지 동작으로 나뉜다.
먼저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보이면 브레이크 페달을 꾸준히 밟아 차 속도를 줄인다. 브레이크 페달을 일정하게 밟는 게 아니다. 점점 밟는 힘을 키우면서 방지턱 직전까지 속도를 줄인다. 이때 차 앞머리는 잔뜩 주저앉는다. 이른바 ‘노즈 다운’이다.
앞바퀴가 방지턱과 만나기 직전, ①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확’ 떼는 게 첫 번째 동작이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잔뜩 웅크렸던 차의 앞머리는 불끈 솟구친다. 차 앞머리가 솟구칠 때 앞바퀴가 방지턱에 올라서면 방지턱의 충격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두 번째 동작은 짧은 제동이다. 앞바퀴가 방지턱에 올라섰다면 두 번째 모션으로 ②순간적으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떼야 한다.
이 두 번째 동작은 뒷바퀴가 방지턱에 올라설 때 다시 노즈 다운을 만드는 방식이다. 브레이크를 짧게 밟으면 상대적으로 차 엉덩이가 불끈 솟아오른다. 이때 뒷바퀴가 방지턱에 부드럽게 올라서면서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동작은 가속이다. 앞바퀴가 정상 노면과 맞닿는 순간, ③가속을 시작하면 차 앞쪽이 일정하게 솟구친다. 방지턱을 빠져나오면 자동차는 쉽게 앞뒤로 출렁거린다. 가속을 하면 이 출렁임을 상쇄할 수 있다.
이처럼 ①긴 제동 ②짧은 제동 ③가속 등을 반복하면 과속방지턱을 부드럽고 가볍게 넘어설 수 있다. 익숙해지면 오히려 과속방지턱을 만나는 게 반가워질 수도 있다. 이 세 가지 동작을 통해 차의 앞뒤 무게중심을 운전자 스스로 옮길 수 있다.
물론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 동작을 차가 대신해 주는 사례까지 나왔다. 기아 스포티지 1.6 하이브리드에 처음 소개된 E-라이드 기술이다. 전기모터의 역회전을 통해 위 ②번과 ③번 동작을 대신해 준다.
나아가 앞서 언급한, 코너 직전에 속도를 줄여 앞바퀴에 접지력을 향상시키는 동작도 차 스스로 해내고 있다. 역시 스포티지가 지닌 E-핸들링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