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낙계 "당 어려운 상황…李, 총선 방안 내놓을 것"
민감한 당 현안 말 아낄 듯…강연·尹 비판 주력 관측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체류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향후 정치 행보에 당 안팎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귀국 일성은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총선에서 당의 승리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사법리스크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등 당내 잇단 위기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비명(非이재명)계의 구심점이자 총선 구원투수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당분간은 당 문제에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외부 강연과 윤석열 정부 비판 등에 주력하며 정치적 공간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전날(2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자리에서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대한민국이 바로 서도록 여러분과 제가 함께 노력할 것이다. 어느 경우에도 국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7일 미국으로 떠나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방문연구원을 지냈다. 이 자리에는 친낙(親이낙연)계 좌장인 5선의 설훈 의원을 비롯해 이개호·김철민·박영순·윤영찬·이병훈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지경"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쓴소리도 했다. 이어 "모든 국정을 재정립하길 바란다"며 "대외 관계를 바로 잡아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그는 향후 계획, 당내 현안에 대한 입장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최근 전당대회 돈 봉투·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 사건 등 총선을 앞두고 당이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귀국은 곧 정계 복귀로 해석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의 귀국장을 찾은 김철민 의원은 "당이 어려운 상황이니 (이 전 대표가) 무엇이 어려운지 본인 스스로 잘 캐치해서 당이 총선 승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당분간 당내 상황을 주시하며 최근 펴낸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 강연 등 외부 활동과 윤석열 정부 비판 등 지지층 결집 행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내부 분열을 야기하거나 이 대표와 대립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당 현안 관련 메시지는 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이미 '이재명 체제'에 여러 악재가 내재된 만큼 굳이 가세하지 않아도 현 지도부로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당내 위기감이 고조되면 '대체재'로서 자연스럽게 주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이 전 대표의 귀국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라며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 이 전 대표는 상징적인 비명계 구심점으로서 전략적으로 대외 활동을 이어가면서 당 전면에 설 기회를 엿볼 것으로 보인다.
한 친낙계 의원은 이날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당원들이 의지할 만한 무게가 있는 분이다. 그만큼 당의 분열과 혼란을 초래할 만한 지점에는 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실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전 대표가 당장 이 대표를 대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다음 총선까지 여유가 있으니 당분간 비명계 구심점으로서 자기 공간을 확대하면서 이재명 체제에 균열이 생기면 리더십을 대체하는 방향을 모색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의 귀국 관련, 황규환 수석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국민이 나라 걱정하게 만든 문(文)정권과 민주당 실정에 못다 한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