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란 '일등 스타 강사'의 준말입니다. 사교육 업계에서 일타강사의 존재는 그야말로 신(神)의 위치입니다. 이들은 수려한 강의 실력으로 학생들의 성적 향상은 물론 심리까지 안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데요. 일부 스타강사들의 인기는 잘 나가는 아이돌 그룹 부럽지 않습니다.
최근 몇몇 일타강사들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바로 '킬러문항' 논란 때문인데요. 킬러문항이란 '초고난도 문제'를 말합니다. 각종 국가시험에서 최상위 그룹과 상위 그룹을 구분 짓게 하는 문제이기도 한데요. 좋게 말하면 변별력 있는 문제이고, 나쁘게 말하면 "틀리라고 낸 문제인데, 맞힐 사람은 어디 맞혀봐"라는 못된(?) 심보가 깔린 문제입니다.
관련 사례로는 '전한길의 난'이 가장 유명합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는 2018년 3월에 시행된 서울시 7급 문제를 풀이하며 "문제를 이따위로 출제하면 안 된다"라며 "출제한 분은 알고 냈느냐"며 비판했는데요. 고려시대 때 편찬된 역사서를 연대순으로 배열하는 문제였습니다.
보기 문항 가운데 고금록(1284년)과 제왕운기(1287년)는 제작 시기가 불과 3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수험생들 사이에서 '극악한 문제'로 논란이 됐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사 강사 최태성 씨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사 교육을 왜곡하는 저질 문제"라며 지적했습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킬러문항은 배제하라"는 지시에 대해 수학 강사인 현우진 씨 등 일부 강사들이 공개적으로 반박하면서 논란이 촉발했습니다.
윤 대통령 지시가 나온 뒤 현 씨는 자신의 SNS에 "애들만 불쌍하다"라며 "지금 수능은 국수영탐 어떤 과목도 하나 만만치 않고,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혼란인데 정확한 가이드를 주시길(바란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사 강사인 이다지 씨도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게 천차만별이고 심지어 개설되지 않는 과목도 있는데 ‘학교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수능을 칠 수 있게 하라’는 메시지라…"라며 "9월 모의평가가 어떨지 수능이 어떨지 더욱더 미지수"라고 비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국어 강사 이원준 씨는 "한국은 교육 면에서 비교적 평등하면서도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한 사회이고, 젊은이들이 무기력한 일본·영국이나 경쟁이 치열하긴 하지만 학력이 세습되는 미국에 비해 한국은 공정함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며 “더 좋은 대안이 없다면 섣부른 개입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일각에서는 "그렇게 애들이 불쌍하면 무료로 강의하라"며 질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어떤 측면에서 학생들이 킬러문항을 맞혀 좋은 대학에 진학하게 하는 게 일타강사들의 중요한 책무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일부 일타강사들의 반발이 킬러문항이 배제되면 혹여나 자신들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의 발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이런 위기감은 강사들의 범죄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수능 모의평가 국어 문제를 유출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국어강사 A 씨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A 씨는 2000년대 초중반 수능 국어영역 일타강사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A 씨는 2016년 6월 2일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를 앞두고, 국어 교사에게 출제 문제를 전해 들은 뒤 수강생들에게 알려준 혐의로 같은 해 10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출소 후 A 씨는 강의 출시 연기뿐 아니라 홍보활동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당시 소속돼 있던 스카이에듀에 강의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통보 후 2019년 9월께 새로운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 자신의 강의를 올렸는데요. 스카이에듀는 전속계약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스카이에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원고는 다른 곳 강의 개설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피고(A 씨)의 강의 개설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원고가 강의계약을 위반했거나 계약해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피고 강의 개설과 관련해 다른 강사와 회사 내부 반대 의견을 고려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원고가 별다른 이익 없이 피고를 괴롭히기 위해 계약을 해지하지 않는다거나 손해를 입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2021년 3월에는 교육 업체 에스티유니타스가 메가스터디교육을 상대로 889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자사 소속이던 강사들이 전속 계약 기간을 남기고 메가스터디로 이적하는 데 부정한 방법을 유도, 강사 계약 이행을 방해했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에스티유니타스의 적법한 사업권이 침해돼 발생한 손해를 메가스터디교육이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런 와중에 메가스터디는 지난해 10월 공무원 사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 확대를 위해 에스티유니타스를 1800억 원에 양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2023년 2월 해당 소송은 취하됐는데요. 상호 합의 하에 소송사건이 종결 됐다는 게 메가스터디 측의 설명입니다. 사교육 업계에서 일타강사를 둘러싼 합종연횡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교육부는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없애고 학생들이 공교육 안에서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의 '사교육 경감 대책'을 26일 발표했습니다.
해당 대책에는 입시학원이 수능 출제 경험이 있는 교사·교수에게 모의고사 문항을 사는 것을 막기 위해 출제위원이 일정 기간 수능 관련 강의·자문 등 영리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방침까지 포함돼 있는데요. 교육부의 대책이 과연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거둘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