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 ‘유전’으로 국내 영화 팬에게도 잘 알려진 호러 대가 아리 에스터 감독이 27일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보 이즈 어프레이드’ 기자회견에 참석해 “유머, 불안, 긴장감을 느꼈으면 한다”면서 “죄책감도 핵심적인 감정 중 하나”라고 신작에 관한 생각을 전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최초 내한을 성사시킨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극도의 심리적 불안에 시달리는 중년의 아들 보(호아킨 피닉스)와 정신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아들을 결코 독립시키지 못하는 비이성적인 엄마 모나(패티 루폰) 사이의 지독한 관계를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엄마를 만나러 가려던 날 늦잠 때문에 비행기를 놓칠 위기에 놓인 보는 큰 죄책감을 느끼고, 엄마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까지 전해 들은 뒤에는 정신적 혼란 상태에 빠진다.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을 해치거나 괴롭게 만드는 공포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무조건 엄마를 만나러 가야만 하는 주인공 보 역을 맡은 건 '조커'에서 정신 질환에 시달리는 인물의 내면을 연기하며 호평받은 호아킨 피닉스다.
무려 3시간에 달하는 179분 동안 괴이한 상상력을 근간으로 주인공의 탄생과 종말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하는데, 이 장대한 여정이 아들을 향한 엄마의 분노와 연결되는 순간 서사의 층위가 한층 두터워진다.
감독은 “건전한 가족관계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는 가정일지라도 그 관계는 쉽지 않다. 기대감이 있고 그에 따르는 스트레스와 실망이 있어 힘들다”면서 “우리가 굉장히 친숙하게 느끼는 가족의 모습이 있다면, 그걸 가족답지 않은 모습으로 바꿨을 때 어떤 느낌을 받게 되는지 탐구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보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에 대해서는 “매번 굉장히 생생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면서 “감독으로서 배우가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살려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극 중 공간의 변화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감독 역시 주인공의 집, 새로운 가정, 거리와 숲속, 어머니의 집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짚었지만, 자신의 자세한 설명이 관객의 주체적인 해석에 미리 개입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은 1일 봉준호 감독과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두고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 이번 주 개막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마스터클래스 참석차 29일 부천을 찾는 등 한국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날 김기영, 박찬욱, 봉준호, 홍상수, 장준환, 나홍진 등 한국의 감독을 다수 언급하며 애정을 표한 그는 “봉준호 감독은 이미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봤다”면서 “그가 내 영화로 함께 GV를 해준다는 게 내게는 큰 영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