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유럽의회 승인 걸쳐 2028년 이후 발행 예정
민간에 중앙은행 역할 빼앗기는 것 우려
통화 주권 확보하려는 목적도
EU 집행위원회(EC)가 28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모든 사람이 어디서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결제 솔루션인 ‘디지털 유로’ 법안 초안을 발표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디지털 유로는 이사회와 유럽의회 승인, 유럽중앙은행(ECB)의 최종 발행 결정을 거쳐 2028년 이후 발행될 예정이다.
EU는 성명에서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현금을 이용한 결제는 감소하고 있다”며 “진정한 디지털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금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당연한 다음 단계”라고 밝혔다.
EU가 디지털 유로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결제 수단으로 현금만을 제공하는 것은 불충분하다는 위기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가상화폐) 이용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민간에 중앙은행의 역할을 빼앗기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통화 주권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일본, 유럽은 러시아를 국제 은행 결제망에서 퇴출했다. 유럽 정책 당국은 역제재를 받았을 경우를 염두에 두고 있다. 유사시 유로존 경제가 타격을 입지 않도록 대비하려는 셈이다.
EU는 1인당 보유 한도를 두는 방안도 검토한다. 소비자들이 은행 예금을 디지털 유로로 대량 이체해 은행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CBDC 도입은 신흥국이 앞서고 있다. 중국은 2020년 디지털 위안화를 처음으로 도입해 일부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EU는 “다른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가 국경 간 결제에 더 널리 사용되도록 허용된다면 현재 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통화인 유로화의 매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며 디지털 유로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