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는 커졌지만 안전 관련 규정 미비
우주관광 산업도 관련 규정 없어...“제도 마련해야” 목소리
규제가 혁신 방해한다는 지적도
해저 탐험과 함께 가장 각광 받는 분야는 바로 우주여행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역사가 개척과 정복이 토대였다는 점에서 막대한 부(富)를 일군 갑부들에게는 아직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해저만큼이나 매력적인 여행지로 통한다.
우주 관광은 급성장이 예고된 ‘블루오션’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를 비롯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운영하는 블루오리진, 영국 괴짜 사업가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갤럭틱이 일찌감치 우주 관광 산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항공우주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타이탄 사고와 관련해 업계의 관행이나 안전 규정 수준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반면교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타이태닉 관광에 나섰던 타이탄과 현재 민간 항공우주업체들이 내놓은 우주 관광 상품과는 상당한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안전에 대한 우려는 일찌감치 제기됐었다. 2018년 타이탄 운영사인 오션게이트 해양운영책임자 데이비드 로크리지가 모선과 연결된 케이블 등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잠수정의 안전 우려를 제기했으나 회사 측은 오히려 기밀유지계약 위반·허위진술 등 혐의로 그를 고소하고 해고했다.
우주 관광상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과 같은 일부 민간 항공우주업체를 중심으로 산업 자체가 발전하면서 이렇다 할 안전 기준 및 기술 감독 기관이 없다.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space.com)에 따르면 블루오리진의 로켓 ‘뉴셰퍼드’와 버진갤럭틱의 우주선 ‘스페이스십 투(SpaceShipTwo)’ 등은 유료고객을 우주로 내보내는 것과 관련해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거나 별도의 인증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미국 당국이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우주기구(ESA) 출신인 토마소 스코바 국제우주비행안전개선협회(IAASS) 전무이사는 최근 스페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타이탄 사고는 우주관광산업과 유사점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미국 의회가 약 20년 전부터 우주 관광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보장한 안전 관련 감독 면제조항에 대해 재검토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개척자·모험가 정신을 명분 삼아 “혁신을 방해할 수 있다”며 기술 표준 정립이나 안전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점도 이번 사고의 원인과 우주 관광 산업의 유사점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규제가 산업 자체의 발전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업체를 대표하는 상업우주비행연맹(CSF)은 “규제가 혁신을 막는 요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스코바 전무는 자체적인 인증 노력은 업계 질적 성장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증은 본질적으로 전문가의 설계에 대한 동료 전문가들이 검토하는 것”이라면서 “사고가 나기를 기다리는 대신 사전에 위험을 분석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WSJ는 지난달 22일 사설을 통해 사고와 관련해 “고인이 된 사고 책임자를 비난하기보다는 이번 사고로 인한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사고 재발과 향후 다른 관광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