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명부 열람 요청 등 적극적 활동 나서
소액주주 연대 ‘긍정 vs 부정’ 시각 엇갈려
상장사 소액주주들이 뭉쳐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무상감자와 주식 거래정지 등에 불만이 생긴 개인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업에 직접 권익을 요구하는 것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오케이 소액주주연대는 11일 예정된 무상감자 결의를 위한 임시주주총회에 대해 주주총회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앞서 아이오케이가 5월 보통주 30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무상병합하는 방식의 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는데, 이에 반발한 것이다.
무상감자는 기업이 주식 수를 줄여 그 차익을 자본잉여금으로 돌리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보상 없이 보유 주식 수가 강제로 줄어 악재로 인식된다. 이번 무상감자로 아이오케이의 주식 수도 9612만6472주에서 320만4215주로 줄어든다.
이화그룹 주주 1400여 명은 이화전기, 이아이디, 이트론 주주를 대표하는 ‘이화그룹소액주주연대’를 만들어 이화전기의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했다. 이들은 이화그룹 3사에 14일까지 연대 공식 메일로 주주명부를 보낼 것을 요구한 상태다. 통상 주주명부 열람은 소액주주 현황을 파악해 의결권을 모으는 등 연대를 하기 위해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화그룹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공시담당자와 통화했는데, (열람을) 거절한 것으로 해석돼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에 들어갈 것을 전달했다”며 “임시주주총회에서도 3사 대표자 해임안. 소액주주에 불리한 정관 수정안. 3사 감사 해임안 등을 요구해 소액주주의 권익을 되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도 최근 발생한 한국거래소의 이화그룹주 매매 정지 건에 대해 조사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5월 주주행동을 예고한 아난티 소액주주도 연대를 꾸려 본격적 활동에 나섰다. 최근 이중명 전 아난티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에 연루됐단 의혹을 받는 데다가 배당 정책, 주가 부양책 등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있어 이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에 전날 아난티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아난티 측에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CJ CGV와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들도 두 기업의 유상증자를 두고 크게 반발했다. 지난달 CJ CGV와 SK이노베이션은 각각 1조200억 원, 1조1777억 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는데, 개인투자자들이 주주 돈으로 빚을 갚는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메가스터디교육 주주들은 손주은 회장이 최근 공개 석상에서 사교육 종말을 예고하는 등의 발언이 회사 가치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항의에 나섰다. 대표이사(CEO)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KT 주주들은 KT가 지난달 30일 새로운 사외이사를 확정하자 반발 중이다.
한편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주주행동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달 특별 분기배당에 나선 컴투스가 대표적이다. 컴투스 소액주주들이 4월 사측에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주주행동에 나서자 컴투스가 배당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소액주주 운동이 과거 대비 활발해졌다”며 “예전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해서 돈을 잃으면 운 탓을 하며 넘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경영 문제에 관심 두거나 불공정한 주식시장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액주주의 연대가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노이즈를 내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코스닥에서 소액주주들은 주식을 들고 있는 기간이 짧아서 조직적인 행동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소액주주의 입김이 거세지면 기업에 부작용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 경영이 불안정해지거나 기업가치를 저해해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악순환이 반복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