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10일 한국 금융당국의 은행업 신규 사업자 진출 허용이 경쟁 구도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경쟁자 진입은 금융상품 혁신을 장려하고 은행 간 가격경쟁을 촉진할 수 있어서다. 다만 국내 은행 산업의 경쟁 구도가 향후 몇 년 내에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는 예상이.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 산업 경쟁촉진의 일환으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허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신규 인가 발급 △상호저축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 범위 확대 등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5대 은행 과점체제를 깨서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방침을 연초부터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은행들은 이달 말부터 예대금리차 공시를 잔액 기준까지 확대 공시해야 한다. 이는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은행업 진출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금융당국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고려해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현 S&P 이사는 “성숙단계인 국내 은행산업에서 신규 사업자가 시장입지를 크게 확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신규 은행의 언더라이팅 및 리스크 관리 역량은 검증이 필요하며, 기존 은행들이 확보하고 있는 탄탄한 고객기반과 견조한 시장 지위도 이들에게는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대구·경북 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은행 대구은행은 이미 시중은행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대구은행의 신용등급은 'A-, 안정적'이다. S&P는 대구은행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 전국구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더라도 자본 적정성 및 리스크 관리에 계속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이사는 “어려운 영업환경과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대구은행이 충청·강원 등 지방은행이 없는 신규 지역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사업확대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충청·강원 지역의 합산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권 전체 대출의 약 6% 수준이다. 대구은행은 이미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영업하고 있으며, 회사 정관에 따르면 대구 이외의 주요 광역시에서 영업이 가능하다.
부산은행(A-, 안정적)의 경우 산업자본이 동행의 모기업인 BNK금융지주의 지분 10.3%를 보유하고 있어 시중은행 전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자본은 시중은행 의결권 지분을 4%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김대현 이사는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 산업의 경쟁 구도는 지난 10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고 향후 은행들의 시장점유율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3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예금취급기관 대출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어 아직 시장입지가 크지 않다. 상호저축은행은 은행권 대출의 약 3%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