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의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오늘(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으면 사전에 정한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영되도록 하는 제도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338조366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174조9013억 원으로, 전체의 51.7%를 차지하고 있다. 보험은 86조5809억 원(25.6%), 증권은 76조8838억 원(22.7%) 규모다.
12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이나 개인형(IRP) 가입자의 돈이 계좌에 방치된 채 수익률이 저조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근로자가 기존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4주간 운용지시가 없으면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2주 이내에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해당 적립금이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용된다'는 통지를 받게 된다. 통지 후 2주 이내에도 운용지시가 없으면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디폴트옵션 운용 상품은 원리금보장형과 생애주기펀드(TDF)·밸런스드펀드(BF)·스테이블밸류펀드(SVF)·사회간접자본펀드(SOC펀드) 등 4가지 펀드의 투자위험 상품 비중에 따라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등 4등급으로 구분된다.
초저위험의 경우 변동성은 낮지만 큰 수익을 내기 어렵고, 고위험은 고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변동성이 크다는 문제도 있다. 퇴직연금사업자가 근로자에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면 근로자는 이 중 하나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근로자는 디폴트옵션 운용 중에도 언제든지 퇴직연금사업자에 다른 방법으로 운용지시를 할 수 있다.
거대한 규모의 시장인 만큼 금융권의 고객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은행들은 고객 확보를 위해 디폴트옵션 선착순 가입자에게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가장 많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권은 퇴직연금 가입자 전용 상담센터를 확충하고 맞춤형 추천 서비스도 도입하는 등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전략에 돌입했다.
증권사와 보험사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증권사는 다른 업권보다 실적배당형 상품 운용에서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퇴직연금상품(원리금파생상품결합사채)은 평균 약정이율이 연 4.3% 수준에 달한다. 일부 증권사는 연 5~5.45%의 금리를 제시하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반면 보험사는 은행권과 증권사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보험업권의 수익률 경쟁률도 낮다 보니 고객 이탈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근로자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업권간 경쟁도 치열한데 고객을 얼마나 만족시키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