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14일 아스파탐 발암물질 분류 예고
김치와 동급…영향 미미하지만
제로 콜라ㆍ소주 등 시장 주춤해질까 우려
업계 “각국서 인증한 성분...믿고 섭취 가능”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제로 슈거(무설탕)'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지 주목된다. 아스파탐이 인체에 크게 유해하지 않더라도 이번 사태가 인공감미료 자체에 대한 소비자 거부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현지시간으로 14일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 2B군으로 분류할 예정이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이상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로, 국내에서 판매하는 막걸리, 음료, 과자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다만 다수 전문가는 발암 물질로 분류돼도 유해성을 크게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2B군에는 김치와 같은 절임 채소나 알로에베라, 휴대전화 전자파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현재 아스파탐 권장량은 60㎏ 성인 기준 1일 최대 2.4g이다. 이는 막걸리 33병, 제로 콜라 55캔에 들어가는 수치와 비슷해 문제가 될 정도로 과도하게 섭취하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이번 아스파탐 사태가 급성장 중인 제로 슈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로 음료 시장 규모는 2016년 903억 원에서 지난해 3000억 원대로 성장했다. 칼로리가 낮은 식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품업체들은 앞다퉈 '제로 신제품'을 내놓는 추세다.
제로 슈거 제품은 아스파탐이나 이와 비슷한 인공감미료를 쓴 제품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인공감미료로는 수크랄로스, 에리스리톨, 아세설팜칼륨 등이 있다.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을 쓰는 대표 음료로는 '코카콜라 제로'가 있다. '칠성사이다 제로', '탐스 제로', '밀키스 제로' 등 아스파탐을 쓰지 않는 무설탕 음료 대부분도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을 사용한다. 최근 인기를 끈 제로 소주 '처음처럼 새로'와 '진로이즈백 제로'는 에리스리톨로 단맛을 냈다.
실제 이런 인공감미료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수크랄로스는 혈당을 올리고 제2형 당뇨병을 에리스리톨은 복통,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세설팜칼륨은 관상동맥심장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연구의 신뢰성에 대한 반론도 상당해 전문가들은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부작용 여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식음료 업계에서도 인공감미료들은 이미 각국의 인증을 받은 성분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우리가 먹는 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물이다 보니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큰 것 같다"며 "아스파탐을 비롯해 현재 시중에서 사용하는 인공감미료는 모두 인증을 받은 것들이기 때문에 업체들도 믿고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한 성분인 데다가 소주에 들어가는 에리스리톨은 1일 섭취 기준량에 못 미치는 극소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