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실확인자료도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7일 ‘이혼 및 친권자지정’ 사건에서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거부한 SK텔레콤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별개의 이혼소송 사건에서 1심 법원은 사건 당사자의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받아들여 SK텔레콤에 관련 통화내역을 제출하라는 문서제출명령을 내렸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법원은 민사소송법 등에 의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통신사업자는 이 요청에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이를 거부했다. 통화내역 제공은 통신비밀보호법상 위반자의 협조의무로 규정돼있지 않고 개인정보보호 강화 방침으로 자료제공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이 조항에 ‘민사소송법’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SK텔레콤은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1심 법원은 SK텔레콤이 문서제출명령에 불응했다며 과태료를 부과했고, SK텔레콤은 이에 즉시항고했다.
원심은 “통신사실확인자료는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라며 SK텔레콤의 즉시항고를 기각했지만, SK텔레콤은 또다시 재항고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원심 판단에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 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재항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과 민사소송법의 입법목적, 규정사항, 적용범위 등을 고려하면 각각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입법취지를 가진다고 봤다. 이에 따라 통신비밀보호법이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에 의해 통신사실확인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관해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더라도 민사소송법상 증거에 관한 규정이 통신사실확인자료에는 원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통신비밀보호법은 이미 민사소송법에서 정하는 ‘조사의 촉탁’ 방법에 따라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통신비밀보호법 입법목적에 반하거나 법 문언의 범위를 넘는 확장해석도 아니라고 판시했다.
다만, 별개의견(김선수 대법관)으로는 과태료 재판에서 문서제출명령 자체의 적법성을 다툴 수 없다는 판단도 나왔다.
반대의견(안철상‧민유숙‧노정희‧오석준 대법관)은 “법원은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해 문서제출명령을 할 수 없고 명령을 하더라도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비밀보호법을 들어 그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