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생산량, 전년 대비 30% 줄어들 전망
설탕·초콜릿 원료 가격 이미 고공행진
1997~1998년 엘니뇨 인한 세계 경제 손실액 5.7조 달해
엘니뇨는 적도 인근 동태평양 수온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에 가뭄과 폭우 등의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농작물 흉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엘니뇨가 지구를 덮친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엘니뇨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호주, 서아프리카 등지의 가뭄을 초래한다. 가뭄의 영향으로 작황이 나빠져 수출량이 줄면 전 세계 식량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량 인플레이션 장기화는 곧 개발도상국이 식량난에 빠질 가능성이 커짐을 의미한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태국은 엘니뇨로 쌀 생산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미국 농무부(USDA)는 6월 태국의 2023~2024년 쌀 생산량을 1970만 톤(t)으로 전월 전망치보다 80만 톤(3.9%) 하향 조정했다.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예측에 쌀 시세는 상승했다. 국제 지표인 태국산 쌀의 방콕 수출 가격은 현재 1톤당 535달러(약 67만7200원)로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쌀과 함께 주식인 밀도 생산량 감소가 우려된다.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호주는 강우량 감소로 향후 밀 수확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호주농업자원경제과학국(ABARES)은 2023년~2024년 밀 수출량이 전년 대비 29% 감소한 2100만 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보리와 유채 수출도 전년 대비 30~40% 감소할 전망이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콩도 주산지 코트디부아르의 흉작으로 6월 말 46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인스턴트 커피용 로부스타 원두는 6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식품이나 화장품, 세제 등에 널리 쓰이는 팜유 가격 상승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팜유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앞서 2002년과 2009년 엘니뇨가 발생했을 당시 팜유 가격은 전년 대비 30~70% 상승했다.
엘니뇨에 따른 이상기후는 세계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5월 미국 연구진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과거 엘니뇨가 세계 경제에 끼친 손실은 1982~1983년 당시 4조1000억 달러였다. 1997~1998년에는 손실액이 5조7000억 달러에 달했다.
식량 가격 상승이 저소득 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외화 부족으로 충분한 식량을 수입하기 어려워지면 식량난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이 12일 발표한 ‘2023 식량 안보·영양 현황(SOF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식량 위기에 직면한 24억 명 중 절반이 아시아, 40%가 아프리카 지역에 있었다. 닛케이는 엘니뇨로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지역과 식량 위기 지역이 겹치므로 장기적인 기후변화 억제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