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 대우교수, 정치학
방위비 충당용 증세언급 ‘역효과’
새 주민등록制 ‘국민감시’ 의혹도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정점으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6월 17~18일 실시한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12%포인트(p)나 떨어진 33%였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반대로 12%p 상승한 58%였다.
7월에도 이런 경향은 그대로이다. 교도통신이 7월 14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전국 전화 여론조사에서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6월 조사 때보다 6.5%p 하락해 34.3%를 기록했고, ‘지지하지 않는다’가 7.0%p 상승한 48.6%였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일본에서 여러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그중 첫 번째는 기시다 총리의 비서관이었던 그의 장남 기시다 쇼타로가 몇 번 구설에 오른 사건이다. 5월 말 주간지 슈칸분슌과 프라이데이 보도에 따르면 쇼타로가 지난해 말 일가친척을 총리 관저에 불러서 송년회를 열었는데 그것이 문제시됐다. 쇼타로와 그의 사촌 형제들이 공적 행사가 열리는 관저의 빨간 카펫이 깔린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을 뿐만 아니라 카펫 위에 누워서 음식을 먹거나 장관들이 연설하는 공간에서 총리, 장관 놀이를 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는 기시다 총리가 잠옷 차림에 맨발로 자신을 포함해 총 18명의 친척과 관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된 것이다. 송년회 문제는 장남 쇼타로가 아니라 기시다 총리 자신이 문제였던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관저 사유화 논란에 휘말렸다.
장남 쇼타로는 올해 1월 기시다 총리를 동행하여 영국 등을 외유했다. 공식 일정에 없는데도 버킹엄궁전을 공용차를 타고 구경했고 유명한 해로즈백화점에서 사적 쇼핑을 해서 이때도 문제시되었다. 쇼타로는 결국 6월 1일부로 사직 처리되었는데 이런 몇 차례에 걸친 기시다 일가의 문제로 지지율이 본격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 요인은 기시다 총리가 여러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증세를 언급하기 때문이다. 우선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2월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했는데 증액 재원을 증세로 하겠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저출산 대책에 필요한 재원도 역시 증세로 하겠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증세 수단으로 서민들의 연말 세금공제율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이 정부에 의해 언급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떨어졌다.
현재 일본 국민의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부담액과 세금부담액은 평균 수입의 48% 정도로 상당히 무거운 편이다. 참고로 한국은 41% 정도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하고 기시다 총리가 새로운 증세를 언급하므로 지지율이 계속 내려갈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요인은 일본식 주민등록증인 ‘마이넘버카드’ 소지를 정부가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증을 회수하는 대신 마이넘버카드로 대체한다는 안을 발표했다. 이에 일본인들은 크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마이넘버카드 소지는 개인적 자유였는데 정부가 강요해서 국민의 불만이 터진 것이다. 주민등록증이 처음부터 있는 한국과 일본은 사정이 크게 다르다. 마이넘버카드로 정부가 국민을 감시할 것이라고 일본인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도 후쿠시마 현민의 반대가 아직 있는 상황이어서 방류를 결정하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더욱 내려갈 것이다. 앞서 2015년 일본 정부는 관계자들의 이해가 없는 한 오염수 처리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앞으로도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올라갈 국내적 요인은 없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시다 총리는 북한과의 수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외교로 지지율을 올리려고 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측은 앞으로의 기시다 총리의 움직임에는 우리의 국익과 일치하는 것이 별로 없는 것은 물론 기시다 내각이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외교적으로 한국에 대한 각종 요구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