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재계 순위 하락에 분위기 쇄신 나서…“사업의 관점·시각 바꿔라”
VCM 무거운 분위기…사업 전략 질문에 계열사 대표, 잇딴 침묵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경기 어려운 탓에 내실 기하자 얘기할 듯”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3 롯데그룹 하반기 VCM(구 사장단)에 참석해 “사업의 관점과 시각을 바꿔 달라”면서 이같이 주문했다.
이어 신 회장은 “환경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고집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유연한 생각으로 현재의 환경에 부합하는 우리만의 차별적 성공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신 회장이 참석한 ‘2023 롯데그룹 하반기 밸류 크리에이션 미팅(VCM)’에 함께한 각 계열사 총괄대표와 사장단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신 회장은 오전 7시경 VCM이 열리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일찌감치 출근, 사장단과 함께 등장하진 않았다.
VCM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각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도 배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독 이날 회의는 롯데그룹의 재계 순위 하락 등 경영 위기감 속에 열려 한층 분위기가 무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각 계열사 대표들도 VCM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향후 하반기 사업 전략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VCM에서 롯데백화점 강남점 리뉴얼 착공 시기를 묻는 질문에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는 즉답을 피했고 롯데면세점 해외 사업 전략에 대해 묻는 질문에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 역시 침묵했다. 또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도 중장기 목표와 해외사업 계획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다만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의 발언에서 롯데그룹을 감싸고 있는 위기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VCM 논의 의제를 묻자, 강 대표는 “아무래도 굉장히 경기가 어렵다 보니 (각 계열사 대표들이 모두 각 분야에서) 내실을 기하자는 얘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현 상황은 올 상반기보다 침울하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 증가와 현금 창출 능력 하락으로 롯데 케미칼의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주요 계열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도 또한 잇따라 뒷걸음질 쳤다.
게다가 재계 순위 5위 자리도 13년 만에 포스코그룹에 내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올해 자산총액은 129조7000억 원이다. 전년 대비 6.6%가 증가했지만 롯데그룹은 포스코그룹(132조1000억 원)에 밀리며 재계 순위 6위로 추락했다.
이날 신 회장이 기업 가치 제고를 주문하며 현금흐름·자본비용의 관리 강화 필요성을 콕 찍으며 고강도 혁신을 주문한 것은 현 롯데그룹의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36년 정통 롯데맨’ 이완신 롯데그룹 호텔군 HQ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가 지난 12일 돌연 사임하면서 수뇌부의 분위기도 싸늘하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신 회장의 숙원 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을 완수할 적임자로 평가받던 인물인 만큼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신 회장은 이날 그룹의 지속가능 성장을 이루기 위한 CEO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 회장은 “CEO는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라는 것을 잊지 말고 회사의 미래 모습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차별적 가치에 대해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