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에 관용적인 나라라는 잘못된 메시지 보내는 것”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우리 정부가 약 1400억 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분쟁 판정을 불복한 데 대해 “국민 혈세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엘리엇 측은 19일 입장문을 내고 “중재판정부는 5년간의 긴 소송 끝에 만장일치로 모든 실질적 쟁점에서 대한민국의 주장을 기각했다”며 “대한민국이 중재판정부의 손해배상 판정에 대한 취소 소송을 영국 법원에 제기하기로 결정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복은 대한민국이 부패에 관용적인 나라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공정하고 책임있는 시장으로 비치기 위한 목표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삼성과 지난 정부의 행위로 기관투자자, 연금가입자 등 수많은 한국 국민도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또 “주목할 점은 이러한 불법행위가 현 정부 구성원에 의해 수사됐고, 대한민국 자국의 법원에서 입증됐다는 사실”이라며 “엘리엇에 대한 손해배상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인정한 사실 관계에 대해 이미 확립된 국제법을 적용해 인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송 절차는 결국 헛된 노력으로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엘리엇 측은 “한국 정부는 중재 과정에서 이미 전개했던 주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에 따른 이자와 비용은 엘리엇에게 손해배상액 전액 지급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발생한다.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엘리엇은 2018년 7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을 제기하고 7억7000만달러(환율 1288원 기준, 9917억 원)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부당 개입해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행사하도록 압박했다는 이유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20일 엘리엇 측의 주장을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69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여기에 복리 이자, 법률비용 등을 더하면 배상액은 약 1389억 원(판정선고일 당시 환율 1288원 기준)이다.
이에 법무부는 전날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계산상 오류와 불분명한 판시사항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