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씨는 최근 자신이 이용하는 은행으로부터 계좌가 동결됐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10만 원이 입금됐는데 이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이었고, 피해자가 은행에 신고하자 은행이 A 씨의 계좌를 정지시킨 것이었다. 잠시 뒤 보이스피싱 사기범으로부터 계좌 지급정지를 해제시켜줄테니 300만 원을 입금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A 씨의 사례처럼 통장협박이나 간편송금을 이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피해가 커져가고 있다. 이같은 피해 방지를 위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대표발의 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법안은 2월 28일 민생침해 금융범죄 대책 마련을 위한 민·당·정 협의회 이후 약 4개월간의 당정간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보이스피싱 건수는 2018년 3만4132건에서 2022년 2만1832건으로 약 36%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통장협박·간편송금을 이용한 사기 등 신종 수법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4040억 원에서 5438억 원으로 34% 이상 증가했다.
통장협박 사기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신고하면 범죄와 무관한 제3자의 계좌가 거래정지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점을 악용한 신종 수법이다. 사기범들은 계좌가 공개돼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계좌와 인터넷 쇼핑몰 등에 노출된 계좌에 돈을 입금시켜 해당 계좌를 정지시킨 후 돈을 주면 계좌를 풀어주겠다며 속이고 금전을 편취하는 것이다.
특히 돈이 활발하게 돌아야 하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경우 계좌가 정지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노려 협박의 대상으로 삼는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돈이 입금된 소상공인 등 피해자는 지급정지 등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 없어 상당기간 계좌 동결로 인해 돈이 묶이는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급정지 해제를 위해 범인에게 돈을 보내더라도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아닌 범인에게 돈을 보내는 것이므로 계좌가 풀리지 않는다. 직접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려고 해도 보이스피싱 피해자(송금자)는 계좌명의인(피해 소상공인)도 같은 보이스피싱 사기단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어 연락받기를 꺼리는 등 지급정지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창현 의원의 개정안은 통장협박을 당한 경우 신속한 구제가 가능하도록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돈이 입금됐더라도 해당 계좌가 피해금액 편취를 위해 이용된 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금융회사는 해당 계좌가 피해금액 인출에 이용된 계좌가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계좌 잔액 중 일부 금액(보이스피싱 피해금액)에 대해서만 지급정지 조치를 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입출금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사기범의 협박에 대응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통장협박 뿐만 아니라 은행 계좌를 몰라도 송금이 가능한 간편결제 회사의 송금 서비스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피해금액 7800만 원, 피해자 34명에서 2022년 6월 기준 피해금액 42억 원, 피해자 2095명으로 각각 53배, 61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보이스피싱 신고를 받은 간편송금업자 등 전자금융업자가 실시간으로 금융회사에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 최종 수취계좌에 대해 신속한 지급정지 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윤 의원은 "억울하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됐음에도 구제수단이 부족해 무고함을 직접 밝혀야 하고 이마저도 오랜 시일이 소요되는 등 현행법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보이스피싱은 대표적인 민생침해 중대 범죄인 만큼 입법과 제도로 끝까지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