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유럽 등 곳곳서 빚 눈덩이처럼 불어
미국 상반기 디폴트 기업 55개…지난해 전체보다 53% 증가
“기업 파산속도,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빨라”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분석한 결과 현재 글로벌 기업들의 부실채권 및 대출 규모가 5900억 달러(약 746조 원)를 초과했다고 1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대출채권 가격이 달러당 80센트 미만인 것을 부실대출로, 가격이 달러당 80센트 미만이면서 미국 국채와의 스프레드(금리 차)가 1000bp(bp=0.01%포인트) 이상인 채권을 부실채권으로 잡았다. 부실채권·대출이 가장 많은 산업은 부동산으로 그 규모가 1683억 달러에 달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고강도 긴축을 펼치기 전 수년간 계속됐던 저금리 속에서 기업들은 앞 다퉈 빚을 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미국에서 하이일드(고금리·고위험) 채권과 레버리지론 규모는 2021년 총 3조 달러(약 3797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 기업 부채 비율은 현재 약 160%에 이른다. 유럽에서는 2021년에만 정크본드(투기등급채권) 판매가 40% 이상 급증했다.
중국과 유럽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을 고집하면서 일부 기업이 부채를 감당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올해 미국에서만 이미 120개 대기업이 파산했다. 또 무디스인베스터스서비스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상반기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일어난 기업은 55개사로, 이미 지난해 전체 36개사보다 53% 급증했다.
블룸버그는 “6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전 세계 부실채권과 대출 중 실제로 디폴트가 발생한 비율은 15% 미만이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무디스는 “전 세계 투기등급 기업의 디폴트 비율이 지난해 말의 2.8%에서 6월 말 3.8%로 높아졌다”며 “내년엔 5.1%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가능성은 작지만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디폴트율이 13.7%까지 치솟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파산 전문 로펌 클리어리가틀립의 리처드 쿠퍼 파트너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초기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속도로 대기업 파산이 속출하고 있다”며 “앞으로 디폴트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경제는 높은 차입 비용에도 놀라운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둔화해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상황이 이렇게 낙관적이어도 경제에 또 다른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며 “디폴트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증가하더라도 자금 조달이 까다로워져 기업들이 경영난에 빠질 것이다. 기업들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최종적으로 파산하면 직원 해고로 고용시장이 압박을 받고 소비지출도 위축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