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법 개정안 발의도…반복수급 횟수 따라 급여액 감액
“비정규직 등 고용취약계층 사회안전망 약화” 우려도
정부와 여당이 실업급여 개편 작업에 대한 본격 착수했다. 실업급여 하한액 하향·폐지와 반복수급 근절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일각에선 비정규직과 같은 노동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이 약화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실업급여 제도개선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고 실업급여 제도에 대한 대대적 손질을 예고했다. 당정은 단기로 취업한 후 실업급여를 반복해 수급하는 도덕적 해이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최저임금의 80%로 설정돼 있는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회에는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이미 발의돼 있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실직자의 과도한 실업급여 반복수급 등을 근절하기 위해 지난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홍 의원이 지난 2월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5년 동안 2회 이상 실업급여를 지급받은 후 다시 실업급여를 지급 받으려고 하는 경우, 반복수급 횟수에 따라 급여액을 감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급여 일수)도 단축해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하겠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실업급여 제도 개선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홍 의원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반복해 수급한 사람이 2018년 8만 2000명에서 2022년 10만2000천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면서 “단기간만 취업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고용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이 약화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김원모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지난 4월 고용보험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반복수급을 이유로 구직급여액을 감액하는 경우 고용불안으로 단기간에 입‧퇴직이 빈번한 비정규직 근로자 등의 사회안전망이 약화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파견·용역 혹은 시간제 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과반 이상(54.8%)이 1년 미만의 근속기간을 기록하고 있다. 반복수급에 있어 고용취약계층인 비정규직이 높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단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전문위원은 “입·퇴직을 반복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높은 수준의 고용불안이나 업계의 불합리한 고용관행 등 다양한 원인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피보험자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거나 특정 형태의 고용이나 업종 등에 한정해 고용보험료 부담을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실업급여 제도 조정에 앞서 불합리한 고용 관행과 낮은 노동임금 체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도 나온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이날 본지에 “실업급여가 실직 전 직장에서 받던 임금보다 더 많은 경우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몇 만원 더 많은 수준일텐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실업급여 하한액을 아예 없애려고 할 게 아니라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체계 개선이라든가 고용 조건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또 “반복수급의 경우도 자발적으로 사표를 내고 나오면 실업급여를 안 준다. 회사가 비정규직 인력을 자르고, 또 자르고 하니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정말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고용 보장 자체가 거의 잘 안 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오히려 고용 보장 수준을 높이면 반복수급을 할 이유 자체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여당은 이 같은 노동계 애로사항을 꾸준히 청취하고 있으며, 이를 충분히 반영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단 입장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노동계에서 제기하는 우려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열린 시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지금 부정수급자 적발 건수뿐 아니라 그 외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 예컨대, 6개월만 일하고 그만두면서 권고사직으로 처리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등 많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을 최소화(근절)하면서 동시에 실업급여의 순기능도 살리는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노인 등 저소득층에 대한 실업급여 수급 비율을 종전 60%에서 70%로 올리는 등 보장성 강화를 위한 방안도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중재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