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 회사가 만든 전산시스템 자료도 과세 근거로 사용 가능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23일 A 씨가 마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B 씨는 2010년 9월 불법 다단계 회사를 설립했다. B 씨는 직접 투자관리시스템도 만들어 고객들에게 투자를 해주면 수익금으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한다고 속여 2011년 1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1만2174명에게 1조 원 대 돈을 편취했다.
이 같은 범행을 저질러 B 씨는 2017년 12월 사기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5년 형을 확정받았다.
한편 이 사건 회사 소속 팀장으로 근무한 A 씨는 B 씨에게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해 주고 투자금을 유치한 다음 그 투자금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모집수당을 받았다.
마포세무서는 B 씨가 만든 투자관리시스템 자료에 따라 A 씨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모집수당 합계 3억8890만 원을 받았음에도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세무서는 A 씨에게 2015년 분 7500여만 원, 2016년 분 7200여만 원을 종합소득세로 경정ㆍ고지했다.
A 씨 측은 "이 사건 전산시스템 자료는 아무런 관리ㆍ감독을 받지 않은 사기ㆍ불법 다단계 회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자료로서 과세근거로 삼기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B 씨의 사기 피해자 중 한 명인 원고가 B 씨로부터 받은 모집수당은 실질적인 투자에 대한 대가나 수익이 아니라 기망행위의 수단에 불과하므로 이를 원고의 사업소득으로 보아 과세하는 것은 실질과세원칙에 반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산시스템 자료에 기재된 모집수당 내역은 신빙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원고 주장의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위 자료를 기초로 원고의 사업소득 금액을 산정해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A 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A 씨의 실질과세원칙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가 이 사건 회사에 투자를 유치한 다음 그 투자금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원을 모집수당 명목으로 받은 이상, 이는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서 이미 실현된 소득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설령 원고에게 재투자 등을 통해 회수하지 못한 피해 금액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피해 금액과 원고가 취득한 모집수당을 일체로 평가해 소득금액을 산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