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막바지 전망에 고수익 통화에 몰려
엘니뇨 현상 간과 우려도 커져
이상기후,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엥겔지수 높은 신흥국 직격탄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일본에서 멕시코 페소, 튀르키예 리라, 폴란드 즈워티,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등 신흥 4개국 통화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포지션은 1470억 엔(약 1조33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년여만의 최고치다. 이중 멕시코 페소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포지션은 892억 엔으로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 신흥국 4개국 통화에 몰린 수요는 일본의 일일 총 글로벌 외환 거래액 7조5000억 달러어치와 비교하면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고수익을 추구하며 신흥국 통화에 베팅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이러한 시장 움직임이 엘니뇨 후폭풍을 간과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 지구촌 곳곳은 올해 엘니뇨 영향으로 역대급 폭우나 고온 등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상기후는 해당 지역의 식량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특히 엥겔지수(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가 높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기후변화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식품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인도는 약 46%, 태국은 36%, 인도네시아는 33%에 달한다.
식량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키운다. 즉 식품 가격이 계속 물가를 끌어올리게 된다면 신흥국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각각 0.75%포인트(p) 더 높일 수 있으며, 인도와 필리핀은 0.5%p 추가로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전망대로라면 이들 신흥국은 저성장 속에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도 직면할 수 있다.
지난주 인도 정부는 식품 가격 안정을 이유로 일부 쌀 품목 수출을 금지했다. 이 같은 결정은 인도 가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 봤을 때 글로벌 식품 가격 상승 압박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전 세계 토마토 가격은 8배까지 치솟으며 밥상 물가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홍콩에 있는 JP모건자산운용의 훌리오 칼레가리 아시아 채권 책임자는 “2014년과 2015년처럼 엘니뇨 현상이 심해지면 내년 신흥시장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달라질 수 있고, 이는 많은 국가의 중앙은행 정책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당장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 않더라도 엘니뇨 현상이 미치는 영향에 따라 장기 신흥시장 투자 포지션에 대한 리스크를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