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 발신번호를 ‘010’으로 바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벌인 일당이 검거됐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25일 범죄단체가입·활동 및 사기,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등 혐의로 발신번호 표시조작 조직원 25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국내 중계기 사무실 관리총책 A(31) 씨와 대포 유심 유통조직 총책 B(27) 씨 등 20명을 구속기소하고 5명은 불구속기소했다.
합수단은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의 첩보를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사용된 중계기 유통·관리 조직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한국에 070 번호로 인터넷 전화를 걸면, 중계기를 통해 010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도맡았다.
특히 기존 중계기 4분의 1 크기로 분전반 등에 숨길 수 있고 3G 전파 탐지에도 걸리지 않는 신형 중계기도 적발, 경찰청·통신사 협력을 통해 수백 개를 회수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A 씨는 작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보이스피싱 중국 총책으로부터 사들인 중계기와 휴대전화 등을 배분하는 역할을 맡았다. A 씨가 관리한 중계기 사무실만 26개에 이른다. 이를 통해 A 씨는 총 21명으로부터 약 3억5581만 원을 빼돌렸다.
A 씨 외에도 중계기에 필요한 무선 라우터를 유통한 총책 B 씨, 대포 유심 개통을 맡은 이동통신대리점 업주 C(38) 씨 등도 범행에 가담했다. 특히 17세에 불과한 미성년자 D 씨 역시 중계기 부품을 받아 조립하고, 테스트하는 데에 협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유통 조직은 수사 과정에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필로폰을 매매한 사실도 적발됐다. 한 중계기 운반책은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의 지시로 필로폰 약 4.8g을 매수한 후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7회에 걸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중국 총책에 대해서는 국제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인적 사항을 특정하고 불법 체류 태국인들을 중계기 운영자로 모집한 외국인 모집책들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수배 등을 통해 추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