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잠재성장률 2.2%에 그칠 듯"
현대경제연구원은 26일 '한국 경제의 다섯 가지 모나리자 모호성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모나리자 모호성'에 대해 이코노미스트지가 "펜데믹 이후의 경제가 모나리자 같다"고 언급하면서, 이러한 상황을 '모나리자 효과'로 비유한 데에서 착안했다고 밝혔다. '모나리자 효과'는 '모나리자' 초상화 속의 여인이 미소를 짓고 있는 건지 아니면 무표정하게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모나리자 모호성은 특히 미국 경제에서 관찰되는 데, 최근 한국 경제도 경제 상황 판단에 정부와 민간의 시각에 차이가 크고 나아가 경제전문가 및 경제연구기관 간 경기 방향성에 대한 일치된 견해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는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하면서, 최근 대두되는 경제 현안에 대한 시장 내 컨센서스가 존재하지 않아 불확실성을 더욱 확대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가 진단한 한국 경제의 다섯 가지 모나리자 모호성 현상은 ▲경기 방향성 혼란 ▲부문별 수출 경기의 격차 ▲인플레이션 착시 ▲산업별 경기 양극화 ▲심리지표와 실물지표의 괴리다.
먼저 경제 현황이 가장 정확하게 반영해야 할 경기종합지수의 방향성이 일관되지 못하면서 현재 경기 판단과 미래 경기 전망에 대한 논리적 분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전체 수출 경기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으나, 반도체 수출과 대중국 수출의 감소가 침체의 체감도를 크게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6월 수출 증가율을 보면 전년 동월 대비 대중국 수출은 19.0% 감소했지만, 대중국 수출을 제외한 수출은 2.2% 감소에 그쳤다. 6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28.0% 감소한 데 비해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전년 동월과 같았다.
물가상승률은 낮아졌으나 물가수준 자체는 여전히 높아 가계의 고물가에 따른 구매력 위축으로 실제 소비가 크게 개선되지 못하는 '인플레이션 착시'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이 밖에 산업별 상이한 업황으로 개인별 체감 경기 수준과 방향성에 격차가 발생하는 점과 경제심리 회복 수준에 못 미치는 내수 경기도 '모나리자 모호성'의 사례로 꼽혔다.
보고서는 모나리지 모호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잠재성장률 하락을 거론했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 경제 모나리자 착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성장잠재력 고갈로 복원력이 취약해졌기 때문이라 판단된다"며 "이번 코로나 대확산 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의 구조적 하락 현상이 나타나면서, 위기 이전과 비교해 경기 회복력이 크게 약화돼 작은 대내외 이벤트에도 경기 민감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 이전(1991~1997년) 연평균 7.3%에서 외환위기 이후(1998~2008년)에 5.1%로 하락했다. 금융위기 이후(2009~2019년)에는 다시 3.0%로 하락했으며, 이번 코로나 위기 이후(2020~2028년)에는 2.2%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또 미국과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급증하고 있는 점과 실물 경제의 회복 속도를 강화시킬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의 부재, 국내외 다양한 리스크의 동시적 부상에 따른 불확실성 증폭 등을 모나리자 모호성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주원 실장은 "우선적으로 경제의 기초 체력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본 등의 양적 생산요소 확충은 물론 기술·인적자본 등의 질적 생산요소의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시급히 잠재성장률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부가 서비스업 육성 등을 통해 현재의 높은 해외의존도를 개선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부합되는 수출 지역 및 품목 다변화 전략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