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3월 금리 인상 사이클에 돌입한 이후 11번째 금리 인상이다. 미 금리는 2001년 1월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미 연준은 지난달 한 차례 동결 후 다시 인상을 재개한 데 대해 “경제활동이 완만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목표 수준(2%)보다 높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은 이번 인상이 긴축 사이클의 마지막이 될 것이란 희망 섞인 관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견에서 “갈 길이 멀다”고 했다. 9월과 11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9월 20일 전까지 나올 2번의 고용 관련 보고와 2번의 소비자 물가지수 등 데이터를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인상의 문을 닫지 않은 것이다.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시장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한국(3.5%)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75%포인트에서 2%포인트로 더 커졌다. 역사상 최대의 격차다. 우리 학계와 금융계 일각에는 한·미 금리 역전 자체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만큼 국내 시장의 외국인 자금이 더 높은 금리를 좇아 이탈할 수 있어서다. 이런 위험에 더해 사상 초유의 초격차 국면을 맞게 됐다. 여태껏 가본 적이 없는, 낯선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미 연준의 향후 결정에 따라 상황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낯선 길은 모름지기 어떤 야수,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신중에 신중을 더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작은 변수만 불거져도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환 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발등의 불이지만 진정 위험한 뇌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5%인 가계부채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주요 43개국과 비교하면 스위스, 호주에 이어 세 번째라고 하지만 전세 보증금을 포함하면 단연 주요국 1위다. 이 망국적 부채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속히 줄여야 하는데도 현실은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지난 3월까지 줄다가 4월 이후 외려 느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6월 증가액은 5조9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는 어제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풀면서 전세 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설상가상이다. 물론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DSR 규제 무력화는 긴축 기조의 통화정책에 독이 되게 마련이다. 정책금융, 관치 금리 부작용으로 부동산시장이 들썩이는 점도 불길하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엉터리 정책 조합이 돌이킬 수 없는 국가 재난을 부르는 것은 아닌지 늦기 전에 총점검할 필요가 있다. 좀비기업 퇴로를 여는 선제적 구조조정도 모색할 일이다. 급히 할 일은 하지 않고 미 연준 기조가 바뀌는 요행수나 바라다가는 배가 산으로 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