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평촌사옥'의 임대인인 중소형 시행사 어반어스홀딩스가 임차인인 삼성생명과의 갈등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삼성생명이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아 재건축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이미 계획보다 1년 가까이 지연됐는데 자칫하면 앞으로 5년이 더 밀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28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어반어스는 삼성생명에 재건축을 위한 철거에 들어갈 계획이니 사무실을 비워달라고 요청했지만, 삼성생명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해당 건물은 삼성생명이 2018년 10월 31일 반도건설에 매도했고 다시 어반어스가 2021년 8월 27일 반도건설로부터 사들였다. 삼성생명은 반도건설에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건물을 넘기면서 5년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만료 기간은 오는 11월 28일이다.
어반어스는 건물 매입 후 작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삼성생명과 대리인인 젠스타에 공문을 보내 철거 및 재건축 의사를 밝히면서 퇴거를 요구했다. 인허가 상황을 알리면서 계약 만료 전 퇴거로 인한 이전비용 지원 등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삼성생명은 주변에 이사할 곳을 물색하기는 했었지만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퇴거하지 않았고 시간을 끌다 결국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고지를 받은 것은 맞지만, 어반어스 측이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증빙하지는 않았다"며 "갱신청구권은 퇴거하지 않고 재계약을 하려면 임대료를 30%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에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을 실제로 진행하는지 확인되지 않는 상태에서 사무실을 비워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세번째 퇴거 요청 당시 어반어스 측이 퇴거하지 않을 거면 임대료를 인상하란 대안을 함께 제시한 만큼 임차인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사 표명을 한 것이란 설명이다.
또 재건축 상황을 인지했더라도 사무실을 비우겠다는 답을 한 적이 없고 합의나 계약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만료 전에 퇴거할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다.
어반어스는 애초 작년 9월 철거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아직 아무런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등을 제외하고 다른 임차인들은 모두 퇴거했다. 만약 삼성생명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것이 받아들여지면 추가로 5년을 더 멈춰있어야 한다.
어반어스는 미리 수차례 재건축 계획을 알렸던 만큼 계약갱신청구권은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1항에는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계약청구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전 임대인인 반도건설도 매입 당시, 삼성생명 매각대리인 삼성SRA자산운용에 임대차계약 종료 후 철거 및 오피스텔 개발 목적을 밝혔고, 2021년 어반어스와 계약 직전에도 삼성생명에 '임대차 갱신 불가, 최초 계약체결대로 개발 진행'이란 내용으로 공문을 발송했다.
어반어스는 마찬가지로 관련법에 계약갱신 거절 가능 사유로 기재된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에도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반도건설이 삼성생명으로 건물을 사들일 당시 재건축 가치를 고려해 시장 눈높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한 건설·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주변에 갈 곳을 찾지 못해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률적인 판단을 떠나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각 협상 과정에서부터 인지하고 암묵적으로라도 동의했을 일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대기업으로서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고 말했다.
반도건설과 어반어스는 국내 대표 기업 계열사인 삼성생명이 재건축 사업에 동의하고 충분히 협조할 것이란 믿음이 있어 계약서에 퇴거 날짜를 못 박지 않았을 텐데 이런 상황을 이용하는 듯한 행동이 부적절해 보인다는 것이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법정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양측 모두 최악의 상황은 원하지 않는 분위기다.
어반어스 관계자는 "소송으로 가면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어 우리처럼 작은 업체에는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어떻게든 하루빨리 원만하게 마무리돼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 역시 "갈등 상황에 놓였지만,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기업과 중소업체의 다툼이 아니라 임대인과 임차인 관계에 이견이 있는 것뿐"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