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폐쇄 대안 ‘은행대리점’…“증권사‧보험사에서 업무 대리 시 규제장치 필요”

입력 2023-07-3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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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경영硏 보고서
은행대리점 제도로 그룹 수익 극대화
금융 접근성 확대로 소비자 편의성↑
리스크 통제하는 규제 장치 필요

(자료제공=하나금융경영연구소)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 지점 축소로 불편을 겪는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을 위해 은행이 아닌 제3자가 단순한 은행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은행 대리점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은행 대리점 제도로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사에서 단순 은행 업무를 대리할 경우,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규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31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은행대리점이 변화시킬 금융산업의 모습은?’ 보고서를 통해 은행대리점이 만들어지면 금융산업의 구조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개별 이용 주체별 효과를 창출해 금융 활성화와 소비자 편의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은행 계좌 개설, 입출금 등 은행 업무가 가능해지면 금융그룹이 원스톱 자산관리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어 그룹 차원의 수익이 극대화될 것”이라면서 “비금융 플랫폼 회사는 금융서비스를 결합한 다양한 연계 서비스 제공할 수 있다. 다양한 기관에서 금융 접근성이 확대돼 소비자의 편의성은 향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3525개였던 국내 4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2022년 기준 2883개로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은행 영업점 감축에 대한 대응과 은행이 핀테크와 협업해 금융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금융사 업무위탁제도 개선 및 은행대리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중 도입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각 은행의 업무위탁 범위를 내부통제업무를 제외한 본질적 업무(예적금 계좌 개설, 입금·지급 등)로 확대하는 방안과 복수 은행의 업무를 대리할 수 있도록 은행의 1사 전속주의 적용을 배제하되 은행 업무 대리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해 영업채널을 허용범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은행권 경쟁을 촉진시키고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는 금투업권과 달리 은행 등은 본질적 업무의 외부 위탁이 금지돼 금융 혁신이 제약되고 있다. 업무위탁 제도 개선으로 은행이 핀테크 등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소는 은행대리업은 세계적인 추세로, 각 국가의 금융 환경에 따라 제도가 조금씩 다르게 발전했다고 밝혔다. 그 예로 일본은 은행대리업 제도를 도입했고, 은행법 개정으로 제도화해 대리 업무의 순기능을 보장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은행들은 중소금융, 모기지 등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영업력을 높이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해 대리업을 영위했다. 또한, 은행 간 지점을 공유하고 은행이 유통, 통신 등 비금융회사를 은행 대리점을 둬 이종 산업 결합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했다.

미국의 경우 은행대리업 제도는 없다. 그러나 은행이 비금융회사와 제휴를 체결하여 결제, 청산, 지불과 같은 은행의 중요한 기능을 위탁할 수 있다. 규제당국은 최근 비금융회사의 금융기능 내재화(임베디드 뱅킹)가 보편화되자 이로 인해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은행의 제3자 감독업무를 강화했다.

은행 인프라가 취약한 케냐,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등 개발도상국은 은행 대리인을 활용하여 예금 인출, 계좌 개설, 대출 등의 은행 업무를 위탁했다. 케냐와 필리핀에서는 은행 계좌와 연동되지 않은 통신사나 선불카드 발행기관 등 비금융사가 전자머니를 발행하고 대리인 채널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해외에 은행 대리업이 도입되면서 금융산업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봤다. 연구소는 “선진국에서 은행이 핀테크 기업과 제휴 및 위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임베디드 뱅킹과 같은 금융-비금융을 융합한 혁신서비스 보급이 본격화됐다”면서 “개발도상국은 대리인을 통해 지점이 부족한 낙후지역의 금융소외계층에 금융서비스 접점을 확대시켜 금융 접근성 향상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또한 은행 대리업으로 비금융회사에서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호주, 일본이 우체국을 대리인으로 해 낙후 지역의 금융 접근성을 보완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도 지방에 네트워크가 발달된 우체국의 은행 대리점 역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일본과 같이 관계사, 자회사, 타 은행 등 다양한 유형의 은행 대리점을 허용하고 은행의 1사 전속주의를 완화해 금융소비자의 금융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대면 창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 이용하는 고령층 고객이 은행 대리인 업무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 또는 은행 영업점에서 단순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 업무대리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 통제를 위한 관련 규제 정비 및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금융산업 경쟁심화 체제에서 은행들의 새로운 채널 확보를 위한 대리인의 수요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은행대리업자의 진입규제, 영업행위규제 등의 규제 정비를 모색해야 한다”면서 “은행 등의 위탁자 관리·책임을 강화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장치를 마련함으로서 업무위탁·대리기관 확대로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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