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5p 하락, 일본산 청주도 수입 늘어…중국산 변성전분 25.2% '껑충'
최근 한국내 수요가 살아나면서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일본산 맥주와 사케 등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따른 관세 인하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CEP 발효로 딸기와 단감 등 우리 수출품의 관세도 줄었지만 수요증가와 관세인하가 맞물린 일본산 맥주의 시너지 효과가 더욱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RCEP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3국, 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한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2019년 11월 협정이 타결 이후 우리나라는 지난해 2월부터 발효됐다. RCEP 발효에 따라 냉동과일과 두리안, 망고스틴, 파파야 등 열대과일, 녹용, 치즈, 청주와 맥주 등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되거나 서서히 없어지게 된다.
국내 수입이 급증한 일본 맥주와 사케는 불매 운동 완화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관세 인도 일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농협경제연구소가 내놓은 'RCEP 양허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산 청주는 RCEP 발효 이후인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수입액이 1년 전과 비교해 31.2% 증가했다. 청주에 대한 관세는 15%인데 지난해부터 매년 1%p씩 내려 2036년 완전히 철폐된다.
일본 맥주의 수입량도 크게 늘었다. 불매 운동 이후 2021년 642만7000달러까지 줄었던 일본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1600만5000달러로 2.5배 증가했다. 맥주에 대한 관세는 30%에서 매년 1.5%p씩 내려 일본산의 경우 20년 뒤 완전히 없어진다.
발효 즉시 관세가 없어진 중국산 변성전분은 수입액이 1년 전과 비교해 25.2% 늘었다. 변성전분은 제과에 주로 사용되는 원료로 밀과 감자의 전분 구조를 변형해 빠른 조리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성분이다.
관세 인하가 이처럼 수입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냉동과일과 녹용 등 다른 품목의 수입 증가도 우려되고 있다. ASEAN에서 수입하는 냉동과일은 2025년부터 매년 2%p씩 관세가 내려 15년 뒤 완전히 없어진다. 중국산 녹용에 적용하는 관세 20%는 20년 뒤 철폐된다.
박재홍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이후 추가적으로 관세감축 효과가 예상되는 품목은 ASEAN산 두리안, 망고스틴, 파파야, 냉동과일, 맥주 등"이라며 "RCEP으로 인한 관세 감축은 수입 증대 효과로 명확히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지만 관세감축 폭이 연차적으로 커질 경우 국내 수입증가 영향이 보다 더 가시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CEP 발효 이후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태국으로 수출하는 딸기, 일본으로 수출하는 막걸리 등에서 관세가 낮아진다. 태국과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딸기에 대한 관세는 즉시 철폐되고 막걸리에 대한 일본의 관세는 20년에 걸쳐 없어진다.
RCEP 발효 이후 우리 딸기의 태국 수출은 전년보다 7.4%가 늘어난 982만1000달러를 기록했고, 베트남으로의 수출은 31.0%가 증가한 956만6000달러로 집계됐다. 일본으로의 막걸리 수출도 2.8%가 늘었다.
다만 이 같은 수출 증가에 관세 감축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위원은 "태국과 베트남 등으로의 딸기 수출은 현지 수요 확대 추세 등으로 수출액이 증가했다"며 "상대측의 관세 감축은 수출 증대 효과로 명확히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RCEP에 따른 수입 증가에 대비하고 수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앞으로 RCEP으로 인한 수입증가 영향은 주로 과일·과채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대책 수립 필요하다"며 "시장개방이 확대된 동남아 시장이 우리 농산물 수출에 좋은 기회 요인이 될 수 있고, 각 품목의 특성을 고려한 수출전략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