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당 내에서도 가상자산 시장 상반된 입장 차이
거듭되는 증권성 논란 속…대선 결과, 규제 영향 미칠 듯
미국 대통령 선거가 약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주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각기다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가장 뜨거운 규제 이슈 중 하나인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을 두고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앞으로 치러질 경선과 대선 결과에 따라 규제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3일 블룸버그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 경선 후보자들은 가상자산 시장 규제에 대한 찬반을 나눠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가상자산 통계사이트 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가 통화별 비트코인 거래량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현재 미국 행정부 수장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해왔다. 올해 3월 미국 백악관이 발간한 경제 보고서에는 “가상자산의 혁신은 대부분 가격 상승을 위한 것이었고 대다수는 근본적인 가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5월 가상자산 채굴에 사용되는 에너지에 대해 30%의 세금을 매기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경선 주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바이든 대통령과 배치되는 주장으로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을 달러로 바꿀 때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겠다고 공약하고 대통령 당선 시 미국 국채 발행량의 1%를 비트코인, 금, 은 등으로 뒷받침한다고 밝히며 친가상자산 성향을 드러냈다.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가상자산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9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투자는 잠재적인 재앙이며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가상자산은 가짜 돈이고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얼굴을 한 슈퍼히어로 NFT를 발행했다.
공화당 내 또 다른 대선 유력후보인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가상자산에 우호적이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프라이버시 문제를 두고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플로리다 주 내에서 CBDC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서명했다. CBDC가 발행될 경우 화폐 사용 권리가 중앙 당국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우려한 탓이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가상자산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바이든 행정부를 저격하기도 했다. 1일(현지시각) 미국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그는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바이든의 전쟁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끝날 것”이라며 “비트코인과 가상자산 같은 것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가상자산 규제의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증권성 판단을 두고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초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약 3년간 이어온 소송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두며 증권성 판단에 대한 리스크가 해소되는 듯했지만, 최근 엇갈린 판결이 나오면서 다시 논란이 재점화됐다.
뉴욕맨해튼연방법원 제드 레이코프 판사는 지난달 31일 테라폼랩스와 설립자 권도형이 미 SEC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가상자산은 증권”이라며 “판매 방식에 따라 증권 여부를 구분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판단을 내렸다.
제드 레이코프 판사는 사기 혐의로 SEC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해달라는 테라폼랩스 측의 요청을 거부하며, “유사한 사건에서 이 지역의 다른 판사가 최근 채택한 접근 방식을 거부한다”고 못 박았다. 사법부도 가상자산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 속에,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 정부의 규제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