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법원에 선임계를 내지 않고 소송행위를 했더라도 추후 정식 선임계가 제출됐다면 소급적용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소송 종료 선언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이 사건은 기혼 남성인 B 씨(피고)가 미혼 여성인 A 씨(원고)에게 이혼했다고 거짓말하며 구애했고, 결국 사적인 만남으로 이어졌다가 발각돼 B 씨 배우자에게 관계를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B 씨는 A 씨의 사무실을 찾아가거나 “죽여버리겠다”는 등 협박했고, 법원으로부터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후 A 씨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 씨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에 불복한 B 씨가 항소하자, 2심은 이 사건을 지난해 7월 조정에 회부했다. 조정사건 재판부는 “B 씨는 A 씨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을 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정본은 전사소송송달의 방법으로 지난해 8월 18일 원고 소송대리인에게, 8월 16일 피고 소송대리인에게 송달됐다.
B 씨는 이 과정에서 변호사를 교체했는데, 기존 변호사는 8월 26일 법원에 사임계를 냈다. 새로 선임된 변호사는 이의신청 기한이 만료되기 전인 8월 30일 법원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소송 위임장은 같은해 11월 23일에서야 냈다.
이에 2심은 당사자들이 기간 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 강제조정 결정이 확정되는 소송 종료를 선언했다.
2심 재판부는 “이의신청서는 허가 받은 대리인이 제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법한 이의신청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대리인에게 적법한 이의신청 대리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결정이 확정되기 전 소송대리인 선임행위 및 그 소송대리인의 행위에 의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추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이의신청은 행위 시에 소급해 효력을 갖게 됐고, 이 사건 결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소송이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며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