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이 속는다" 보이스피싱, 건당 피해액만 2500만원 [절벽 떠미는 피싱 범죄①]

입력 2023-08-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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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당 피해액, 3배 늘어 2500만원
간편송금 등 신종수법 피해 35%↑

(게티이미지뱅크)

#긴급지원 7000만 원 이내까지. 이율 연 2~6%대 고정금리, 중도상환해약금 면제. 한도가 전부 소진되기 전에 접수해서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세요. -○○은행-

대출을 알아보던 A 씨는 한 시중은행 이름으로 온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뒤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A 씨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한도가 지금 안 나오시죠? 저희가 일시적으로 신용점수를 올려드려서 대출이 승인 나게 해 드릴 거예요. 다시 전화드릴 테니, 자동응답시스템(ARS) 안내에 따라서 번호 입력해 주시면 됩니다”라고 안내했다. A 씨가 보이스피싱 사기에 빠지는 ‘찰나’였다. ARS로 걸려온 전화는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비밀번호 앞 2자리를 누르도록 유도했고 이를 입력하는 순간, A 씨의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순식간에 사라졌다.

‘피싱 사기’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감쪽같은 수법으로 피해자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편취하거나 결제를 유도한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예방책 강화로 보이스피싱 건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오히려 수법이 진화하면서 건당 피해액은 커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1488건이던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2019년 3만7667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20년 3만1681건, 2021년 3만982건, 2022년 2만1832건을 기록했다. 반면 오픈뱅킹·간편송금 등 금융거래의 간편성을 악용하고, 악성 앱을 통한 휴대전화 원격조종이 가능해지면서 보이스피싱 건당 피해 금액은 지난해 기준 2491만 원 수준을 기록했다. 2016년 862만 원 수준에서 6년 새 3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특히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비중이 크게 늘었다.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비중은 2019년 8.6%에서 지난해 64.3%로 급증했다. 통장협박이나 간편송금을 이용한 신종 수법의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도 2018년 4040억 원에서 지난해 5438억 원으로 34.6% 증가했다.

단기간에 다수의 계좌를 거쳐 이전되는 형태로 범죄가 이뤄지면서 자금의 송금·이체형 보이스피싱에 대한 피해 금액 대비 환급액은 2020년 48.5%에서 지난해 26.1%로 급감했다.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원은 “가상자산이나 간편송금 등을 이용한 신종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고 피해자 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며 “보이스피싱 수법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응방안도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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