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이 파행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면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표의 8월 영장 청구설을 현실화시킬 '뇌관'으로 불리던 이날 재판이 연기되면서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이날 이 전 부지사의 재판 진술은 이 대표가 쌍방울 대북송금 건과 관련해 처벌대상이 될지를 판가름하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었다.
최근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측이 방북비를 대납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 능력을 갖는 법정 진술에서 이 전 부지사가 같은 취지의 진술을 반복할 경우,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죄가 적용돼 처벌 대상이 될 뿐 아니라 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엮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대로라면 백현동 특혜 의혹으로 검찰 소환이 예상되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한층 더 커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재판이 22일로 미뤄지면서 이 대표는 다소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검찰이 백현동 관련 의혹으로 소환 조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8월 말, 9월 초 영장 청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대표가 추석 민심을 잡아 국면 전환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에도 악재가 쌓여 있는 만큼 민주당이 공세에 나서기도 어렵지 않다. 우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이달 안에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민심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안인 만큼 야당 입장에서는 공세의 고삐를 쥘 계가 될 수 있다.
김건희 여사 일가와 관련한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수해 피해 복구와 자연재해 대비 등도 여전히 살아있는 이슈다. ‘2023년 세계잼버리’의 경우에도 여야 책임자가 얽혀 있긴 하지만, 1년 넘게 운영해온 윤석열 정부에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 실책을 강조해 추석 민심을 잡는 시도에 나설 공산도 적지 않다. 지난주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이 대표는 이날도 민생 돌봄에 박차를 가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이날 서울 광명시자영업지원센터를 방문해 ‘취약차주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민간부문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대안 모색을 강조했다. 당 지도부 측에서도 경제 실책과 대안 마련을 위한 일정을 늘린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재판과 관련해 이 대표 측은 애초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검찰이 쌍방울이건, 백현동이건 뭐라도 엮어서 이 대표를 소환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려고 하는 건 이미 예상된 일인 만큼 이날 재판 파행이나 이런 상황에 일희일비하지도 않는다”며 “백현동으로 소환조사하겠다고 하니, 이를 잘 대비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당내서도 쌍방울 건은 ‘무리한 엮기’라는 시각이 있다. 북한 사정을 잘 아는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북한 사업과 소통을 여러 번 해왔던 사람으로서 이번 일은 100% 무죄가 나오는 건”이라며 “검찰이 증거도 찾지 못하면서 망신주기만 하고 있다. (이날 재판 파행은) 시간을 벌고 말고 할 것도 아닌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