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폭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크게 늘어
주담대 확대 영향…영끌족 연체율 급증 우려
기업대출도 8.7조 늘어…역대 세번째로 높아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올 하반기 금융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됐고, 가계대출 잔액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등에 따른 주택구입 및 실수요자 위주의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등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000억 원으로, 한 달 새 6조 원 증가했다. 잔액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한 달 만에 다시 경신했다. 증가 폭도 2021년 9월(6조4000억 원 증가)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가계대출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늘었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은 820조8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6조 원 확대됐다. 주담대는 올해 들어 2월(-3000억 원) 반짝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3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세다.
한은은 주담대 확대에 대해 전세자금 수요가 둔화했으나 주택구입 관련 자금수요가 지속되며 전월에 이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주담대 중 전세자금대출은 2000억 원 줄었다. 전세자금대출은 7개월 연속 줄다가 6월(+1000억 원)에 증가했는데,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향후 주담대 추이에 대해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거래 상황을 보면 6월 기준으로 회복되는 분위기"라며 "통상 2~3달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담대 확대가 지속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이라 향후 추이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계대출이 지속해서 증가하면서 '9월 위기설'마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주담대 영향이 큰 상황인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 등으로 다시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에 따른 연체율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국회 기재위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별 주담대 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연체율은 0.44%로 2018년 3분기 말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30대·40대·50대·60세 이상 연령층의 연체율은 각각 0.17%, 0.21%, 0.20%, 0.21%였다.
이대로 주담대 규모가 늘어날수록 향후 연체율 급증에 따른 리스크가 하반기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신용대출 등을 포함하는 기타대출은 2021년 11월 이후 20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높은 대출금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에 따른 둔화흐름이 지속된 가운데 분기 말 효과 소멸, 주식투자 관련 일부 자금수요 등으로 감소 폭이 100억 원에 그쳤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7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4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2021년 11월(5조9000억 원 증가)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한 것이자, 4월 이후 넉 달 연속 증가세다.
대출항목별로는 주담대가 5조6000억 원 증가했지만,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2000억 원 감소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권 가계대출이 최근 주택거래량 회복 등으로 4월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향후 금융업권별 주담대,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증가세를 밀착 모니터링하면서 필요 시 하반기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업대출은 계절 요인과 은행의 완화적 대출태도 등으로 전월 대비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7월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218조7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8조7000억 원 늘었다. 6월(5조5000억 원 증가)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으며, 2009년 6월 통계속보치 작성 이후 세 번째로 큰 수치다. 지난달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은 각각 3조8000억 원, 4조9000억 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