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무량판 단지 누락에 “존립 근거에 의문…사장직 걸고 원인 찾아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기 화성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분양 단지 건설 현장을 찾아 감리 실태 등을 전격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감리업체가 제 역할을 안 하면 도둑과 같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아울러 LH가 무량판 적용 단지 10곳이 누락된 것과 관련해 “사장이 직을 걸고 조치하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9일 경기 화성시 비봉지구 A3블록 공공분양 단지를 찾아 현장 감리실태 점검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이한준 LH사장과 유정호 한국건설관리학회 부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원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철저한 감리와 함께 LH의 후속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먼저 원 장관은 감리 부실과 관련해 “감리는 쉽게 말하면 집주인의 마음으로 집주인을 대신해 검사하고 보증하는 기관”이라며 “그런데 현실은 부실 설계에 이어 부실 감리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이어서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회사들이 용역을 우선 따오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고 감리업무는 안 한다”며 “현실은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자동차와 기사와 법인카드까지 쓰는 전관 출신 임원에 의해서 용역을 따오면서 돈을 다 써버린 나머지 감리 인원 부족과 전문성 부족을 겪고 있다”고 했다. 특히 LH의 감리 부실에 관해선 “LH는 자체 감리를 하는 데 이 역시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원 장관은 “한국 감리업체는 국외에 넘어가면 감독 인원을 국내의 두 배, 세 배 인원이 투입되고 고성능 장비를 투입해서 감리 발주를 싹 쓸어간다”며 “국내 소비자를 희생양 삼아서 해외 실적을 올리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리업체를 경비용역 회사에 비유하면 지금 상황은 출동도 안 하고, CCTV도 안 보여주는 상황인데 이는 도둑과 다름없다. 감리를 어떻게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동시에 원 장관은 LH가 안전점검 대상에서 10곳의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를 누락한 것도 지적했다. 이날 현장 간담회를 진행한 단지 역시 앞서 발표한 철근 누락 점검 단지에서 빠져있었다. 하지만 LH가 무량판 단지를 세부 점검하던 중 화성 비봉지구 A3블록 단지 역시 지하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0개 단지 중 한 곳으로 확인됐다.
이에 원 장관은 “이 문제는 LH 내부에서 덮고 갈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 단지를 방문하겠다고 지정하니까 이제야 이 단지에 무량판이 적용됐다고 보고한 LH는 뭐에 씌어도 단단히 씌었다. (부실 단지) 현황판 취합도 안 되는 LH가 존립할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LH 사장은 직을 걸고 원인을 규명하고 관련자는 경중에 따라 인사조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표준화 설계 시스템의 정착과 중장기 전략 수립을 국토부에 요청했다.
유정호 한국건설관리학회 부회장은 “설계를 표준화하고 해당 표준화 설계를 기반으로 건설 시스템의 OSC공법(모듈화 공법) 변환이 필요하다”며 “해당 공법을 통해서 현장 투입 인력을 줄일 수 있다면 안전사고 발생 자체가 줄어들고,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면 품질 관리도 적시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갑수 한국건설엔지니어링 협회 이사는 “설계 누락을 잡을 근본적인 방안으로는 지하 무량판 구조가 세 가지가 있는데 이를 표준화해서 이 표준 설계에 어긋나면 무조건 바꾸라고 해야 한다. 무량판 구조 세 가지 중 하나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가면 철근 누락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