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투자자에 투자 이정표를 제시하면서, 한때 대선후보까지 출연할 정도로 영향력을 키웠던 ‘삼프로TV’가 최근 밉상으로 낙인찍히고 있다. 바로 스팩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때문이다.
삼프로TV 운영사 이브로드캐스팅은 지난달 2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NH스팩25호’와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방식을 택했다.
예비심사 청구서에서 이브로드캐스팅의 시가총액을 약 2500억 원으로 잡은 것이 문제가 됐다. 삼프로TV의 2022년 기준 매출액은 166억 원, 순이익은 54억 원으로, 단순 주가수익비율(PER)을 따져보면 45배 수준이다.
현재 가치와 시장 상황을 따져봤을 때 수요예측 참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결국 별도 공모절차가 없는 우회상장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프로TV는 해외 진출 청사진도 내놨는데, 2027년 해외에서 광고 수익을 336억 원 벌어들일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포함한 영업이익 전망치는 451억 원이다. 올해 예상치(38억 원)에 12배 가까운 수준이다. 물론, 현재까지 삼프로TV의 해외 광고 매출은 0원이다.
개미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다. 투자자들에게 합리적 투자를 전달하던 채널이 벤처캐피탈(VC) 등을 위한 엑시트(exit) 창구로 전락해버렸다는 비판이다. 그들이 비판했던 기업이나 오너십 결여 등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튜브 채널 특성상 구독자의 외면은 꽤나 치명적이다. 소위 ‘나락’간 채널이 다시 예전의 명성을 찾기는 정말 어렵다. 출연진이 걱정의 목소리를 낼 정도로 조회수가 상당히 감소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출퇴근길 라이브 시청자 수는 3만 명 수준이라는 점이다.
오직 상장절차를 위해 재편성된 임원도 문제다. 지난해 10월 개미투자자들에게 ‘슈카월드’로 익숙한 전석재씨가 공동대표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에 전 금융감독원 특수은행검사국 팀장 출신인 강준구 공동대표를 앉혔다.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이억원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위원도 사외이사로 발탁됐다.
삼프로TV의 최대주주인 김동환 대표는 최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상장과 관련해 “우리는 엑시트 목적으로 상장하려는 게 아니다”라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상황에서 기업지배구조, 주주정책의 미진함에 대해 일종의 테스트베드가 되어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대표를 포함한 공동창업자 3인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삼프로TV는 개미투자자들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채널이다. 이들을 외면하고 고평가 논란의 ‘외풍’을 막기 위해 관료 출신 인사를 임원과 사외이사로 앞세우는 것이 맞았는지는 결국 시장이 판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