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부실 감리 논란 업체, 올해도 국가기관·지자체 발 감리·설계 등 용역 ‘156건’ 따냈다

입력 2023-08-10 15:20수정 2023-08-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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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등서 세금 투입한 용역 '1001억 원' 규모 수주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경기 화성시 비봉지구 아파트 건설현장을 찾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건설현장 감리 실태 점검을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부실 무량판 구조 적용 아파트 단지들의 감리로 참여했던 다수 업체가 올해도 국가기관, 지자체, 공기업 등이 발주한 공사 156곳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이번에 문제가 됐던 아파트뿐만 아니라 병원, 학교 등 여러 공공 공사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거용뿐만 아니라 건축물 전반에 대한 부실 위험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10일 본지 취재 결과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LH 부실 무량판 구조 단지 15곳의 감리 업무로 참여했던 14개 업체 중 10개 업체가 올해(최초 계약일 기준) 국가 및 지자체 기관이 발주한 다수의 건축물 CM(건설사업관리), 감리, 설계 등의 용역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올해 현재(8월 10일 기준)까지 따낸 용역은 156건에 달한다.

낙찰 건수를 업체별로 살펴보면 △선엔지니어링 53건(193억 원) △신화엔지니어링 24건(65억 원) △광장건축사사무소 21건(96억 원)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 17건(126억 원) △목양종합건축사사무소 9건(95억 원) △대성씨엠건축사사무소 9건(77억 원) △종합건축사사무소동일건축 9건(105억 원) △다인그룹엔지니어링 7건(139억 원) △건원엔지니어링 6건(98억 원) △한빛엔지니어링 1건(7억 원) 순으로 많았다. 이들이 따낸 전체 계약금액만 무려 1001억 원에 이른다.

낙찰 건수가 가장 많은 선엔지니어링은 전체 무량판 기둥 315개 중 101개가 미흡했던 ‘음성금석 A2’(임대) 구역의 감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 업체가 올해 현재(8월 10일 기준)까지 따낸 용역 53건의 총 계약금액은 약 193억 원에 달한다. 감리뿐만 아니라 CM과 설계 등 여러 분야에서 용역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금액이 컸던 계약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발주한 ‘주거·연구·지원시설 건설사업관리용역’으로, 약 94억 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인천광역시 종합건설본부가 발주한 ‘가좌 및 검단 복합문화센터 건립공사 감독 권한대행 등 통합건설관리용역’(21억 원), 충북 교육청이 발주한 ‘(가칭)오송3초등학교 신축공사 설계용역’(18억 원) 등 여러 지역의 공공 공사에 참여한다.

신화엔지니어링은 ‘파주운정 A34’(임대) 구역의 감리 업무를 맡으면서 미흡했던 무량판 기둥 12곳을 잡아내지 못했다. 이곳은 올해만 24건, 총 65억 원 규모 상당의 용역을 따내 진행 중이다. 특히 ‘상주시 청소년 해양교육원 건립사업 감독권한대행 등 건설사업관리용역’(12억 원), ‘복사초 신설대체이전공사 건설사업관리용역’(9억 원) 등 주로 청소년이 이용하는 건축물 공사를 다수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LH 전관 출신 다수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광장건축사사무소는 올해 현재 총 21건, 96억 원 규모의 용역을 따내 진행하고 있다. 이곳은 ‘충남도청이전신도시 RH11’(임대), ‘오산세교2 A6’(임대) 등 2개 구역 감리 역할을 부실하게 수행했다. 광장건축사사무소는 ‘국립강원 전문과학관 건립사업 건설사업관리용역’(18억 원), ‘통영고 본관동 개축공사 건설사업관리용역’(17억 원), ‘수내도서관 건립공사 감독권한대행 등 건설사업관리용역’(13억 원) 등 여러 지자체 및 교육기관 발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이들 업체가 이번에 문제가 됐던 주거용 건축물 이외에도 전국의 공공 건축물 공사에서 감리뿐만 아니라 CM과 설계까지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에 국한됐던 부실시공 위험이 주위 모든 건축물에서도 똑같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과거부터 설계·감리·CM 업무에서도 전관예우 등을 포함해 부조리한 문제가 많았다고 입을 모은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한 건축사사무소 또는 엔지니어링 회사가 설계든, 감리든 CM이든 모든 영역에 참여하는 경우는 많다”며 “이들은 아파트 외에도 병원, 학교, 군사시설 등 여러 건축물 공사 관련 용역을 따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논란이 됐던 LH 전관 문제처럼 지자체, 국가기관 출신 사람들이 해당 업체들에 들어가서 일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며 “사업 수주에 있어 이들이 정성평가 등에 크게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말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감리나 CM에서는 전문직인 구조기술사들의 설계도면을 제대로 검토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에 아파트뿐만 아니라 부실업체가 관여한 모든 건축물에 대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교수는 “지금은 단순히 ‘아파트 무량판 구조’에만 매몰돼 모든 관심이 여기에 맞춰지고 있는데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모든 건축물에 대해서 전반적인 과정을 뜯어 보고, 마스터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다음 달까지 민간의 무량판 구조 아파트 전수조사를 마치고 10월 ‘건설 이권카르텔 혁파 방안’과 함께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감리, 설계 등 업체에 대해서는 현재 기초적인 검토 과정에 있다”며 “다른 건축물에 대한 부분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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