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 가해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는지, 심신미약은 감형 사유가 되는지, 살인예고 글을 적는 행위가 처벌 대상에 해당하는지, 칼 든 상대를 만났을 때 정당방위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남성진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와 함께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Q. 흉기 난동 등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최근 벌어진 흉기 난동 범죄를 단순히 정신질환자나 이른바 ‘찐따’들의 행위라고 치부하는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이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살인행위 자체를 비하하거나 희화화해서는 안 됩니다. 자칫하면 범죄 경시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흉기 난동 살인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사회 현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법조인으로서는 한꺼번에 ‘무차별 살인 사건’으로 단정 지을 게 아니라 범죄 동기, 범죄 예비 및 공모, 범죄 교사 또는 방조범 등이 있는지 등 검토해야 하고, 개별 사건으로 구체화해 검토해야 합니다.
Q. 처벌은 어떻게 될까요. 시민들은 가해자들의 사형을 호소하는 청원,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는데 실제 사형 선고 가능성이 있을까요?
A. 사형선고는 이뤄질 수 있더라도, 실제로 사형이 집행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사형 집행 이후 사형을 집행한 적 없고, 국제앰네스티는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유엔회원국들은 최근까지도 우리나라에 ‘사형제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사형제도의 위험성을 겪은 적도 있습니다. 사형을 집행하는 집행관의 인권도 문제가 됩니다. 사형집행을 하는 데 다양한 문제가 연결돼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사형을 실제로 집행하는 것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Q. 상당수 ‘묻지마 범죄자’들은 법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는데, 감형 사유가 되나요?
A.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 결정할 능력이 없는 사람의 행위에 대해서는 벌하지 않고 미약한 사람의 행위에 대해서는 감형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정신질환이 감형 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법원에서는 감정 등 까다로운 기준 및 절차를 정해두고 있습니다. 기존에도 정신질환으로 인한 감형 사례가 소수에 불과했는데 이번 사건은 흉기·위험한 물건을 이용 살인 범행이라는 점,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점에서 감형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Q. 온라인상에서 잇단 ‘살인예고’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경우 작성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가요?
A. 먼저 ‘살인예고’의 경우, 살인예비음모죄, 협박(특수협박)죄, 정보통신망법위반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살인하겠다”라는 것만으로는 위 범죄들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살인예비음모죄로 처벌되려면 범행도구 범행 장소, 범행 대상 등 구체적인 범행을 준비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여야 합니다. 협박죄(특수협박죄)는 역시 상대방이 특정되지 않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것이라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이름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도,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라면 협박죄(특수협박죄) 해당합니다. SNS를 이용해 살인예고 글 게시 및 유포한 경우는 정보통신망법위반죄까지 성립합니다.
경찰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혐의까지 적용하고 있습니다. ‘위계’란 행위자의 행위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불러일으켜 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백화점에 전화해서 “몇 시에 폭발물을 작동하겠다”라고 협박한 후 경찰 및 대테러팀이 출동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한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 연달아 칼부림 살해 사건이 일어나면서 장난으로 작성한 예고글에도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사회적 분위기, 경찰의 대응 목적, 살인예고글의 구체성과 특정성 등이 본죄 성립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무엇보다 살인예고글 게시하는 것은 하나의 유행이 아닌 만큼,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Q. 경찰에 따르면 ‘살인예고’ 글 315건을 적발해 작성자 119명(8월 11일 기준)을 검거했습니다. 여기서 절반이 10대라고 하는데, 청소년들은 처벌을 피해갈 수 있나요?
A. 우리나라 형법은 ‘형사미성년자’라고 해서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청소년이라 해도 14세부터는 당연히 처벌됩니다. 범죄소년이라 소년법 적용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살인죄나 강간죄 같은 중한 범죄를 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으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는 촉법소년으로 ‘소년법’을 적용받아 그에 응당하는 처분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 성인은 물론 청소년 역시 장난으로도 살인예고 글을 게시 또는 유포해서는 안 됩니다.
Q. 만약 칼 든 상대에게 위협을 받는다면 어떤 경우 정당방위가 인정되나요?
A. 우리나라 형법에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다음 3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지금 부당한 침해가 발생했을 것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자신 또는 타인의 법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행위일 것입니다.
사실 정당방위는 적용에 있어서 상당히 까다로우므로, 정당방위로 인정되기 쉽지 않습니다. 이는 정당방위 요건 자체가 애매해서 나타나는 결과로, 이러한 부분은 입법적인 해결이 필요합니다. 다만 최근에 발생하는 ‘무차별 흉기 살인사건’ 등에서는 정당방위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보복적 심리로 과잉방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유념하셔야 합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 남성진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
남성진 변호사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법제처 등 실무수습을 시작으로 국가인권위원회 현장인권위원 및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수원, 의정부에 있는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로서 형사사건과 이혼사건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