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설계 단지 보고 누락 질타…“사장 무한책임‧전 임원 사직서 제출”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무량판 설계 단지 보고 누락 사태에 재차 고개를 숙였다. 이 사장은 이번 보강 철근 누락 사태와 보고 누락을 LH 조직의 총체적 부실로 진단했다. 이에 구조조정과 권한 축소 등 조직 개편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이 사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사장은 무량판 설계 단지 보고 누락과 관련해 “사장으로서 이 조직이 어떻게 가장 기본적인 통계조차도 임의대로 뺐는지 참담하고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다”며 “(무량판 적용 단지 중 철근 누락 단지는) 기존 15개가 아니라 20개였다. 이를 빼고 발표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고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이 사장은 잇따른 내부통제 부실 상황과 관련해 LH의 조직 통합 부실을 지적했다. LH는 2009년 대한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조직을 통합해 출범했다.
이 사장은 “LH는 주공과 토공 통합 이후 14년이 지났지만, 내부 조직(파벌)은 다 살아있다”며 “이에 조직 비대화와 조직 간 소통 부재, 직렬과 직종별 칸막이가 심해 이 조직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취임 이후) 나름대로 내부에서 자정하고 혁신하려 했지만, 내부 자정 노력만으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사장은 조직 부실을 언급하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주공과 토공을) 통합한 방향은 맞지만, 지금 상황은 무늬만 통합”이라며 “구조 견적 검토 부서에 건축 도면도 못 보는 토목직이 맡는 경우도 확인했다. 이런 조직은 바꾸지 않으면 절대로 국민에 봉사할 수 없다”고 했다.
앞으로 LH는 경찰청과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외부 감찰과 수사 결과를 토대로 조직 개편을 단행할 전망이다. 이 사장은 “세 개 외부기관 조사를 토대로 인적‧조직 쇄신을 단행코자 한다”고 했다. 조직 개편과 관련해선 “당연히 구조조정도 포함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인적 쇄신을 위해 이 사장은 본인 거취를 임명권자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이 사장은 “상임이사(임원) 모두에 대한 사표를 받았고 저의 거취도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의 뜻에 따를 것”이라며 “LH에 몸담는 동안 반드시 인적·조직쇄신을 통해 국민께 봉사하고 헌신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조직 기본 혁신 방향으로는 본사와 지역본부 내 내근 조직 축소를 언급했다. 동시에 가용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현장 실행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조직 개편 시기와 관련해 이 사장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기존 조직진단 분석을 준비 중이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쇄신하고, 이전까진 TF(태스크포스) 형식으로 업무를 꾸려 단순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력 쇄신안 실행방안에 대해선 주거급여 등 부가업무를 지방자치단체나 다른 공기업으로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사장은 “지난 정부에서 정규직 전환으로 2400여 명이 전입됐는데 주거급여 등 위탁 업무를 맡고 있다. 이를 지자체 등에 이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