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 바이오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항체-약물접합체(ADC)다. 탁월한 효능이란 무기를 가진 ADC는 막대한 잠재력으로 글로벌 빅파마를 유혹하고 있다. 일본의 다이이찌산쿄가 이 시장의 주도권을 먼저 차지한 가운데, 자본력을 앞세운 빅파마들의 도전이 진행 중이다.
13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ADC 시장은 2022년 90억4000만 달러(약 12조 원)를 돌파했으며, 2032년 254억6000만 달러(3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0년간 연평균 10.9%씩 성장하는 속도다.
ADC는 항원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체와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페이로드) 링커(linker)란 연결 물질로 결합한 바이오의약품이다. 항체가 특정 세포를 표적해 약물을 전달,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첫 번째 ADC 의약품은 2000년 탄생했다. 그러나 글로벌 ADC 시장을 본격적으로 연 의약품은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엔허투’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총 8조 원 규모에 도입한 약물이기도 하다.
엔허투는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양성 유방암 환자 대상 반응률 60.3%, 질병통제율 97.3%란 현존 최고 수준의 효능으로 2019년 12월 HER2 양성 유방암 3차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위암과 비소세포폐암까지 적응증을 넓혔으며, 올해 6월 미국암학회(ASCO)에서는 자궁경부암, 난소암, 방광암 등에서 HER2가 과발현한 환자에게 객관적반응률(ORR)이 높아지는 성과를 공개했다.
다이이찌산쿄는 이렇듯 강력한 엔허투의 확장성을 토대로 2025년까지 63억 달러(8조3000억 원)의 항암제 매출을 달성하겠단 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글로벌 빅파마들이 다이이찌산쿄의 독주를 지켜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길리어드와 존슨앤존슨, 릴리, 사노피, 머크, BMS 등이 ADC 후보물질을 도입하거나 관련 업체를 인수했다.
ADC는 항체 외에도 페이로드와 링커를 만들 기술이 필요하지만 이를 모두 완벽하게 갖춘 기업은 찾기 어렵다. 이에 따라 항체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빅파마들은 유망한 페이로드·링커 기술을 도입하는 방법으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고 있다.
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 기업 화이자는 올해 3월 ADC 개발사 시젠(시애틀 제네틱스)을 430억 달러(56조 원)에 사들였다. 그간 ADC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던 화이자가 빅딜로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ADC는 병용요법에도 손을 뻗었다. FDA는 4월 아스텔라스의 ‘파드셉’과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현재 다양한 조합의 ADC와 면역관문억제제의 임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