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양·중롱국제신탁까지 유동성 위기 번져
"국내 시장 영향 제한적…무시할 상황은 아냐"
2금융권 중심 부동산PF 대출잔액·연체율 증가
중국 매출 1위 부동산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이 촉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다른 부동산 업체는 물론, 전세계 금융권까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국내 금융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진 않겠지만, 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PF 리스크 우려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중국에서는 3조 원에 달하는 비구이위안의 채권 거래가 14일부터 중단됐다. 비구이위안은 6일 만기인 달러채권 이자 2250만 달러(296억 원)를 갚지 못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 다른 중국 국유 부동산개발업체인 위안양과 최대 부동산 자산신탁 중롱국제신탁까지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구이위안이 한국 내 투자나 거래관계가 많아서 국내 업체들이 못 받을 돈이 많거나 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한국의 유수 기업이나 한국경제에 영향을 끼칠 만큼 밀접하게 엮인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시만 할 상황은 아니다. 국내 역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PF 부실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남아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1조6000억 원 규모다. 지난해 12월 말(130조3000억 원)보다 석 달 새 1조3000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부동산PF 대출 연체율도 1.19%에서 2.01%로 0.82%p 올랐다.
특히 저축은행의 부동산PF 연체율은 4.17%, 여신전문금융사의 연체율은 4.20%로 작년 12월 말보다 각각 2.02%p, 2.00%p씩 올랐다.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연체율도 2%를 넘어섰다는 것은 사업장 곳곳에서 부실 문제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일각에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되고 있다는 판단도 이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부동산 시장 하반기 전망 및 PF대출 건전성에 미치는 함의'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시장이 일부 회복됐다고 하지만, 이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에 해당할 뿐, 그 외 시장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증권, 저축은행, 캐피털의 부동산PF 브릿지론을 주목했다. 브릿지론은 사업인허가 및 본PF 대출 이전에 실행하는 대출을 말한다. 본PF 승인 전까지 필요한 초단기 자금인 만큼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면 시행사는 물론, 브릿지론을 빌려준 금융사도 부실을 떠안아 리스크가 높다.
보고서는 브릿지론 사업장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액)를 보면 수도권 아파트 비중이 12.1%에 불과하며 지방 아파트와 그외 주거시설이 각각 10.9%, 12.2%로 전체 부동산PF 익스포져보다 낮다고 했다.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투자용 부동산 시장의 수요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일부 부동산 시장의 수요 반등이 브릿지론의 자산건전성과 본PF 전환 가능성을 개선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