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어제 크게 출렁거렸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2482.06까지 추락했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25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5월 17일 이후 3개월 만이다. 미국의 채권 금리 급등도 영향을 미쳤지만, 더 큰 불안 요인은 중국의 경제 먹구름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어제 중국에 대한 경고음을 냈다. 중진국 함정, 부동산 경기 부진 장기화, 그림자금융, 누증된 기업부채, 가계부채 급증,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지방정부 재정 부실 등 7가지 그림자를 경고의 이유로 제시했다. 국제금융센터도 중국 민간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경계했다.
물증은 곳곳에 널려 있다. 중국 부동산 매출 1위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위기에 빠진 데 이어, 또 다른 부동산 업체이자 국유 기업인 위안양도 채무 상환에 실패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자산신탁사인 중룽신탁도 최대 6000억 위안(약 110조 원)의 지급 중단 위기에 빠졌다. 중룽신탁 대주주인 중즈그룹이 어제 유동성 위기를 자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줄초상 분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물경제 부진도 심각하다.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에 그쳐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7월 소비자물가는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0.3%)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번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치솟자 중국 당국이 매월 발표하던 실업률 발표를 중단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청년 일자리 여건이 중국 정부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쁘다는 뜻이다. 통계 발표 중단으로 국가 투명성에 대한 신뢰마저 망가뜨리는 결과를 빚었으니 설상가상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정책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2.65%에서 2.50%로 0.15%포인트 깜짝 인하하는 등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어제 기준 인민은행 고시환율은 7.2076위안을 기록해 한 달 만에 다시 7.2위안을 돌파했고, 역외환율인 홍콩 위안(CNH)환율도 장중 7.35위안에 육박하면서 2010년 홍콩 역외 시장 개설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7.37위안(장중 기준)을 넘보기도 했다. 현재 중국 부동산시장은 헝다 디폴트 사태가 있었던 2년 전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다.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중국은 우리 수출의 23%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우리 기업들이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되는 전략적 거점이다. 그렇더라도 금융·부동산 불안의 전이는 막아야 한다. 중국발 ‘리먼 사태’가 터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중국의 먹구름이 서해를 넘어 한반도를 덮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 강화 등 철저한 경계와 대비에 나서야 한다. 디리스킹(De-risking) 전략도 필요하다. 중국 의존도를 어찌 낮추느냐는 문제는 국가 명운을 걸고 조속히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우선 초격차 유지와 규제개혁, 수출 다변화 등에 총력을 다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운신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