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해병대 순직사고’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자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위원들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방부 측은 채수근 상병 사건 초동수사에 대해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 사건과 관련해 신범철 국방부 차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불러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전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조사 결과를 이첩하는 과정에서 유 법무관리인이 ‘특정 혐의와 인물을 제외하라’는 취지로 압박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사건을 조사한 박 대령이 지난달 30일 혐의가 있는 관련자 8명의 사건을 경찰에 넘긴다는 내용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결재를 받았다. 그런데 다음날 유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다섯 차례 정도 통화를 걸었고 그 내용이 외압으로 느껴졌다는 것이 박 대령의 주장이다.
‘경찰로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두고 국방부와 법사위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장관은 조사결과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 해병대사령관에게 이첩 보류한 것”이라며 “사건 처리 과정의 법적 판단근거를 보고하고 국방부 장관은 군사경찰 직무수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군사경찰의 수사직무에 대해 지휘 감독할 권한과 책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수사의 결론을 내지 말라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그렇지 않다. 이첩을 보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7월 1일 군사법원법이 바뀌며 ‘3대 범죄’는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박주민 의원은 “법률을 구체화시키는 수사절차도, 범죄가 발생할 만한 정황 발견하면 지체 없이 이첩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왜 다른 사건과 달리 이번사건에는 장관까지 계속 전화하면서 검토해야 한다며 법무관리관도 수사단장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유 법무관리관은 “이번 건은 장관이 개별사건에 대해 최초로 이첩보고를 받고 결재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의심이 가는 부분에 대해 참모인 법무관리관에게 ‘이게 맞느냐’라며 물어본 것”이라며 “범죄를 인지한 경우 인지통보서를 넘기는 것은 당연하다. 범죄를 인지할 정도로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법사위 회의가 진행되던 도중,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 사건 재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존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에 명시된 혐의자 8명 가운데 2명을 제외하고 과실치사 혐의는 대대장 2명만 적시해 경찰에 넘기는 방식으로 마무리 됐다. 당초 혐의자에 포함됐던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과 여단장, 중대장과 현장에 있던 중사에 대해서는 혐의를 제외하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이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탄희 의원은 “119 구조대원들도 구명조끼와 로프를 사용해 무릎 높이의 물까지만 들어갔는데, 여기에 아무런 안전장구 없이 빨간색 해병대 티셔츠만 입고 허리깊이까지 들어가서 수색하게 한 사람이 이 사단장”이라며 “그런데 이 사단장을 이첩 대상에서 빼는 것이 대체 맞나”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과거 비슷한 사례에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경찰로 이첩한 적도 많았다”며 “장관이 여기에 손 댈 권한도 없는데 어떻게 이첩 보류를 지시하고 이미 넘어간 수사기록, 사망기록을 다시 가져오느냐”라고 추궁했다. 그러자 신 차관은 “장관이 사건을 가지고 오라고 한 게 아니라 해병대가 스스로 보고를 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반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탄희 의원이 단정적으로 질의한 것 같은데, 사단장이 물 허리 깊이까지 들어가라고 지시했고 (조사 결과) 그 사단장의 혐의를 뺐다는 부분은 확인된 바 있나”라고 물었고, 신 차관은 “그런 내용 확인된 바 없다”고 답했다.
전주혜 의원도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한 사건”이라며 “민주당은 이 사건으로 특검을 진행하려 하는데 그럴 사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