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자립도 따라 CCTV 대수 상이
“CCTV 설치 함께 인프라 구축 병행”
서울 자치구마다 설치된 CCTV 대수가 차이가 나는 배경에는 비용, 강력 범죄 건수, 민원 유발 건수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다. 이중 가장 큰 원인은 CCTV 설치에 수반되는 ‘비용’이다.
CCTV 1개소를 설치하는 데는 보통 2500만 원가량이 들어간다. 또 CCTV 회전용 카메라뿐만 아니라 이를 작동시킬 광케이블, 폴대 등과 함께 전담 관제 인력도 고려돼야 한다. 국비 및 시 지원을 받더라도 자치구의 재정 상황에 맞춰 안전 관련 예산을 어느 정도까지 배정하느냐에 따라 CCTV 설치 여부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23일 본지 취재 결과, 실제 CCTV 대수의 격차는 자치구의 재정 상황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지난해 25개 자치구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자치구는 노원구로 16.7%였으며, 가장 높은 자치구는 강남구로 58.9%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CCTV 설치 대수가 가장 많지만, 노원구는 면적(㎢)당 CCTV 설치 대수가 가장 적은 곳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방범용 공공 CCTV 안전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대다수의 CCTV가 범죄·화재 예방 등 안전과 관련한 방범 용도로 설치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명확한 설치 기준 없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설치돼 CCTV 대수 편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강남구는 CCTV 관제센터도 최초로 만들었던 만큼 다른 자치구들보다 CCTV 설치를 빨리하기 시작했다”며 “재정 상황도 안정적이고 강력 범죄도 많이 발생하다 보니 대응 차원에서 설치가 많아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초마다 민원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 최근 2년간 범죄 발생지역, CCTV 사각지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새 설치 장소를 선정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당정을 비롯한 서울시 차원에서 잇따른 범죄 예방을 위해 지능형 CCTV 도입 등 여러 대책이 나올 전망이다. 최근 관악구·노원구 등은 자체적으로 보안관을 확대하는 등 안전 대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신림동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현장을 방문해 “범행 욕구 자체를 사전에 자제시킬 수 있도록 범죄예방디자인(CPTED)을 도입하고, 인공지능형 CC(폐쇄회로)TV를 되도록 많이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CCTV 10개소만 설치해도 2억5000만 원이 들기 때문에 자치구마다 규모나 재정 자립도에 따라서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며 “시에서는 재정력이 좀 더 부족한 곳을 고려해서 예산을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CCTV 격차를 좁힐 뿐만 아니라 범죄 예방을 위한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CCTV 구축에는 단순히 설치뿐만 아니라 모니터링 팀도 있고, 범죄 행동을 보자마자 즉각적으로 제지할 팀도 필요하다”라며 “CCTV 설치에 있어서 전반적인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CCTV 증설만이 범죄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자치구의 구체적 범죄 두려움에 대한 다수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로등·보안등의 설치비율은 범죄 두려움을 낮춰 주지만, CCTV는 오히려 더 불안감을 조성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CCTV는 설치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여성이 더 많은 범죄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CCTV가 설치된 장소를 범죄 피해가 잦은 곳으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로등이나 CCTV 설치로는 범죄 예방 또는 안심 효과가 한계적인 만큼 이를 보완할 안전 대책 또한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