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패턴 바뀌어 '싹쓸이' 사라져
간편결제 사용으로 결제 수수료↓
중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여간 중단했던 한국 단체여행을 허용하면서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카드업계는 오히려 울상이다. 과거 ‘큰 손’으로 불렸던 유커들의 소비패턴이 바뀌어 객단가가 낮춰진 데다 중국의 경우 모바일 간편결제 사용이 보편화돼 있어 국내 카드사의 결제 수수료 수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27일 기획재정부의 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3만8987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51만9121명)과 비교해 46% 수준으로 회복했다. 현재 추세라면 8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 외래관광객 조사’에 따르면 중국 방한객은 한국에 평균 41.9일을 체류하고, 1인 평균 4170달러를 지출했다. 한국은행은 중국 관광객이 연 100만 명 추가 증가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08%포인트(p) 상승한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타 업권과는 달리 카드업계의 기대감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와 달리 유커의 소비패턴이 바뀌었고 간편결제 사용이 증가해 국내 카드사의 결제 수수료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카드사들은 유커가 국내 카드 가맹점에서 중국 신용카드사인 유니온페이로 결제하면 중간 수수료를 취할 수 있다. 전표 매입 카드사가 가맹점에서 전표를 사들이고 그 과정에서 중간 수수료를 취하는 구조다.
그러나 한국을 찾는 젊은 층의 유커들은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간편결제가 보편화돼 유니온페이를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최근 들어 중국인이 대규모 단체 여행보다 6인 내외의 소규모 그룹으로 투어를 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어 과거 ‘싹쓸이’ 쇼핑의 소비 패턴도 사라진 상태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탓에 카드사들도 유커를 타깃으로 하는 프로모션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과거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선불충전 카드, 포인트 상호 교환 서비스, 중국인 전용 교통카드 등을 제공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모션 계획은 아직 없다”며 “마케팅 비용에 제약이 있어 유커만을 특정해 프로모션 초점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디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해외 여행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부연구위원은 “중국 자체 내 구조적 문제로 인해 예전만큼 중산층의 해외 여행 수요나 소비 패턴이 회복될 지 의문”이라며 “유커의 소비지출이 과거만큼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