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대학들 “평가지표 개선·완화” 대교협에 요구
앞으로 교육부 대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이 기관인증평가를 진행하면서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 등을 기준으로 삼던 평가방향이 개선될 전망이다. 사립대학의 회계 건전성을 살피던 ‘법인지표’ 관련 역시 완화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평가체제 변화가 편향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이른바 '살생부 평가'라 불린 기존 기본역량진단을 폐지하고 대교협의 대학기관평가인증을 활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4주기 대학기관평가인증' 평가지표 결과를 국고사업 등에 반영할 방침이다.
변경되는 대학 평가체제에서 일반재정지원을 받으려는 대교협에서 조건부 인증 이상을 획득해야 하는데 지난 6월, 대학들이 관련 지표를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를 대교협 측에 전달한 것이 확인됐다.
눈에 띄는 개선 요구사안은, 대학 등록금 의존율 관련이다. 기존 평가에서는 ‘세입 중 등록금 비율, 기부금 비율, 법인전입금 비율의 최근 3년간 평균이 기준값을 충족하는가’ 등을 평가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대교협 측에 “기부금비율과 법인전입금 비율은 대학 관리 범위를 벗어난 법인 의지이자 보완지표”라며 “보완지표의 삭제와 1개 지표 충족 시 ‘충족’으로 판정할 것”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청한 대학 관계자는 “결국 대학의 등록금 수입 부분을 평가 지표에서 삭제해 달라는 의미와 맥락이 같다”면서 “대학의 재정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를 지표에서 융통성있게 평가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법인지표 중 법인전입금 비율도 손질해달라 요구했다. 특히, 사립대학들은 법인전입금 비율은 사립대에만 적용되는 불공정한 지표이므로 ‘삭제’를 건의했다.
대학들은 “대학의 현실적인 상황과 법인전입금 기준 미달성이 곧 대학 재정 확보 미흡이 아니라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법인전입금 기준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부금이나 교육 외 수입 실적이 매우 우수한 경우, 법인전입금 미흡에 대한 정성적 평가를 확대해 해당 평가준거를 'PASS'로 인정하는 것도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대학들은 평가에서 ‘도서관’ 지표를 산출방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도서관 시스템이 디지털화되고 복합문화공간으로 혁신됨에 따라 사서인력수가 감소됐기 때문이다. 이어 “대학 운영 실정에 맞도록 ‘조직과 인력’이 아닌 해당 영역에서의 ‘기능’을 대학이 갖추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진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학평가의 변화가 오히려 대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교육 여건의 후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아가 편향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깊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규제 완화’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사학 운영자들의 요구를 전폭 수용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교육여건 논의는 고등교육 육성 정책과 정부 재정지원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돼야한다”고 했다.
교수노조는 “대교협 등은 총장들이 회원이 된 단체인데, 대학 평가에서 학교 운영 주체 입장만 반영할 수 있다”라며 “대학 평가를 기관평가인증으로 대체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다. 기존 대학 평가를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바꾸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교협 관계자는 기자에게 “대학 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최대한 반영할 예정”이라면서도 “12월부터 대학 대상 공청회를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